"페미니즘으로 내 고민에 깨달음 얻고 쓴 소설"

입력 2017-08-29 15:33   수정 2017-08-29 16:54

"페미니즘으로 내 고민에 깨달음 얻고 쓴 소설"

데이트 폭력 소재 장편소설 '다른 사람' 펴낸 강화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그만 좀 말하라'고 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은 있었어요. '여자나 엄마 얘기는 쓰지 말라'는 말을 작가들에게 듣기도 했고요. '그럼 내가 쓰지 뭐' 하는 생각을 했어요."

데이트 폭력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다른 사람'(한겨레출판)을 펴낸 강화길(31)은 29일 이렇게 말했다. 페미니즘의 관점을 이렇게 전면적으로 도입한 소설은 그동안 쉽게 찾기 어려웠다.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인데도 데이트 폭력 문제를, 피해자 여성의 입장에서 쓰는 걸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지난해 갖가지 폭로에 의해 드러난 대로 한국 문학계에 남성중심주의가 만연한 탓도 있어 보인다. 작가는 "글을 쓸 때 자기가 무엇을,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거의 90퍼센트가 넘는다. 그런데 '너는 틀렸고, 네가 생각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주입하는 분위기에 놓인다"고 말했다.

소설은 같은 회사 상사인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회사를 그만둔 주인공 진아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남자친구는 고작 벌금 3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 진아는 회사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인터넷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렸다가 악성 댓글에 시달린다. 악플에서 대학 시절 지인의 흔적을 발견한 진아는 고향 안진으로 내려가 과거를 탐문한다.

모든 남자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던 유리, 어린 시절 절친했다가 남자 문제로 갈라선 수진, 그의 현재 남편이자 모든 걸 갖춘 남자 현규, 성공과 욕망에 눈이 멀어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는 동희. 악플의 당사자를 찾기 위해 돌아가 복원한 대학 시절은 애인을 향한 여러 형태의 폭력이 난무한다.






남성 인물들은 겉으론 사려 깊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기도 한다. 여성 인물들은 대개 반복되는 폭력에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떤 여성분들은 제 인물들을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답답하고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소설이 모두를 설득하거나 이론을 전달하기 위한 건 아니잖아요."

1986년생인 작가는 "세대에 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남녀는 평등하다고 배운 세대다. 초등학교 때 남자 아이들도 남녀는 평등하다고 말했지만 미묘한 차이를 계속 느낀 세대"라고 말했다. '여자들도 노력하면 할 수 있어' 같은 슬로건에서 조금 더 나아갔고 페미니즘 열풍이 몇 년 째다. 그러나 평범한 개인의 일상은 가부장제에 따라붙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가진 문제를 구조나 사회 문제보다는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기가 쉬워요.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죠." 소설 속 남자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인 애인에게 말한다. "너 피해의식 있어."

2012년 등단한 작가는 첫 장편인 '다른 사람'으로 올해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최근 급부상하는 영페미니스트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작품"이라는 평이었다. 작가는 "페미니스트로 불린다는 건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준다는 뜻이어서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완전한 페미니스트여서가 아니라 페미니즘을 통해 제가 가진 고민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쓴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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