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차관, 대화통한 정치적 해결촉구…"한미훈련이 北도발 부추겨"
러 의회 지도부 "北 괌 공격 위협 허풍아님 과시…러시아엔 위협안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북한이 29일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는데도 강경 제재가 아닌 대화를 통한 정치적 문제 해결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관련 질문을 받고 "유사한 상황에서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행동해 온 것에 비춰볼 때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의 새로운 행보가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북 제재 자산은 고갈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예상 대응 조치와 관련, "안보리에서는 더이상 군사적 해결책은 있을 수 없으며 정치적 해결만이 가능하다는 조항과 안보리가 취하는 제재를 제외한 (미국 등의) 일방적 추가 제재를 금하는 조항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결의는 채택이 불가능하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이는 북한의 새 미사일 발사 도발로 인해 29일 개최될 안보리 긴급회의를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랴브코프 차관은 지난주 초부터 진행돼온 한미 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북한의 도발을 부추겼다며 한미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우선 "당초 계획보다 약화한 수준이긴 하지만 그 훈련이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 발사 도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현재의 전반적 정세 전개는 물론 현 정세로 인해 동북아 지역 안보 상황이 어떤 반향을 얻게 될지에 대해 아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달 23일 방송된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도 "제재로 현 상황을 바꿀 순 없다"면서 "문제 해결은 미국이 추진하는 것처럼 압박 강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 의회 지도부 인사들도 논평에 가세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인상적인 사거리의 새로운 탄도미사일을 그것도 일본 영토 위로 발사했다"면서 "이는 북한의 미국 괌 공격 위협이 허풍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무력개입과 북한 정권 교체 등의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권리를 남겨둔 상태에서 북한에만 국제법 준수와 투명성을 요구한다면 교착상태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한반도 상황은 점점 더 화약통을 연상시킨다"면서 "한편에서의 북한의 끊이지 않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다른 한편에서의 북한 지도부에 대한 서방의 도발적 행동은 전 세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프란츠 클린체비치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면서 "만일 위협이 되면 극동 지역의 러시아 방공부대가 그것을 격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린체비치 부위원장은 일본은 자국 영토 위를 날아가는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미사일 비행 고도에 도달할 만한 기술적 수단이 없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러시아는 그렇게 할 수 있으며 미사일이 우리 영공을 침입하면 반드시 격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29일 오전 5시 57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발사 지점에서 약 2천700㎞ 떨어진 북태평양 해역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사거리 1천∼3천㎞의 중거리급 미사일(MRBM)로 평가됐다.
러시아는 그동안 한반도 위기 사태와 관련 미국과 북한이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도발을 중단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제안한 '쌍중단(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이행을 통해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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