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치는 보석" 日 비단잉어, 아시아 부호들에게 인기

입력 2017-08-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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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는 보석" 日 비단잉어, 아시아 부호들에게 인기

타이 경매행사서 1년 연봉 가격에도 출품 잉여 전량 매진

1억원 이상 초고급 품종 사서 일본 전문업자에게 '위탁사육'하기도

일본 사육업계 공전의 호황, 매출의 70% 해외서 올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워낙 값이 비싸 "헤엄치는 보석"으로 불리는 일본산 비단잉어가 아시아 각지의 부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원래 일본식 정원에 조성한 연못에서 키우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시아의 부호 중에는 한 마리에 무려 1천만 엔(약 1억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비단잉어를 사서 정작 자신의 정원에서 키우는 게 아니라 일본의 전문업자에게 맡겨 일본에서 키우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애호가라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지만 이 덕분에 일본 비단잉어 사육업자들은 공전의 활황을 누리고 있다.




6월 중순 태국 수도 방콕 교외에서 연례 비단잉어 경매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기업체 사장과 변호사 등 부유층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니가타(新潟) 현과 히로시마(廣島) 현 등 일본의 유명 산지에서 공수해온 비단잉어 80여 마리가 경매에 부쳐졌다. 출품된 잉어는 몸길이 30㎝ 전후로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애호가들은 당일 비단잉어의 컨디션과 헤엄치는 모양 등을 살피면서 다 자라면 어떤 모양과 체형이 될지를 점쳐 경매에 응찰했다.

행사는 말 그대로 성황리에 종료돼 출품된 비단잉어 전량이 일찌감치 다 팔렸다고 한다. 개중엔 일본 돈으로 약 45만 엔(약 450만 원), 현지근로자 초임으로 1년분에 해당하는 비싼 값에 낙찰된 것도 있어 비단잉어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NHK에 따르면 태국 등 아시아에서의 이런 높은 인기와는 대조적으로 정작 본고장인 일본에서 비단잉어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판매액도 줄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핵가족화로 아파트와 맨션 등 집단주거지에 살거나 서양식 주택을 짓는 젊은 층이 늘고 있어서다. 잉어를 키울만한 연못을 갖춘 전통 일본주택도 줄고 있다.

반면 동남아 등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는 그동안 관상용 어류라면 으레 열대어였다. 당시만 해도 비단잉어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는 게 아이치(愛知) 현에서 2대 20년째 비단잉어 사육판매회사를 운영해온 나리타 류키씨의 설명이다.

그런데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10여 년 전부터 분위기가 일변했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싸고 아름다운 비단잉어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 "무조건 아름다운 비단잉어를 기르고 싶다"거나 "사육 중인 연못을 보여달라"는 등의 문의가 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변화에 맞춰 업계도 해외판매 방법을 바꿨다. 치어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박리다매" 방식에서 모양 좋게 기를 수 있는 잉어를 골라 고급 비단잉어로 1마리씩 파는 "엄선판매"방식을 채택한 것. 이 전략은 보기 좋게 들어 맞았다. 지금은 외국 고객이 많아 전체 매출액의 70%를 해외판매에서 올리고 있다.

비단잉어 애호가는 세계 각지에서 늘고 있지만 선호하는 품종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나리타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유럽의 애호가들은 선명하고 색상이 짙은 품종을 좋아하는 데 비해 아시아 지역의 경우 수묵화처럼 엷게 번지는 모양과 색상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그럼 비단잉어를 좋아하는 외국 애호가들은 잉어를 어떻게 사육하고 있을까.

NHK에 따르면 방콕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한 애호가의 저택 거실 앞에는 폭 10m 정도의 일본식 연못이 조성돼 있고 비단잉어 50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모두 고급 잉어로 한 마리에 100만 엔(약 1천만 원) 이상 하는 잉어도 있었다.




일본에 비해 기온이 높은 태국은 수온이 높아지기 일쑤다. 그렇게 되면 잉어의 색 모양과 빨간 색상이 엷어져 누렇게 되기 쉽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잉어가 빨간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못에 냉각장치를 설치해 놓고 있었다. 또 더위에 잉어가 야위지 않도록 먹이를 하루에 5번 정도 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애호가는 "잉어를 기르는데 드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일본인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방식으로 구입한 잉어를 기르는 애호가도 있었다. 방콕 시내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파라든은 자택에서 비단잉어 5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애호가다. 하지만 1천만 엔(약 1억 원) 이상을 주고 구입한 가장 비싼 비단잉어는 자택에서 기르지 않고 아이치 현에 있는 비단잉어 업자인 나리타씨의 연못에 맡겨두고 있다고 한다.

그런 초고급 잉어일수록 곁에 두고 기르면서 즐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내 꿈은 비단잉어의 본고장인 일본 내 품평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동안 태국 국내 품평회에서는 여러 마리를 우승시켰지만 권위 있고 수준 높은 일본 품평회에서 우승하는 거야 말로 애호가로서는 최고의 명예라고 설명했다.

나리타 사장에 따르면 해외 부유층에는 파라든 씨처럼 품평회에서 우승하는데 가치를 두는 애호가가 많다. 현재 그가 맡아 '위탁 사육'하고 있는 비단잉어는 100마리 정도다. 비단잉어는 사육방법에 따라 모양과 색상이 변하기 때문에 나리타 사장은 오랫동안 익힌 사육기술을 활용해 맡은 비단잉어를 정성 들여 사육, 일본 품평회에서 우승해 해외 부호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있다고 한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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