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사망자 110명…대부분 로힝야족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무장세력의 경찰 초소 습격사건으로 촉발된 미얀마군의 무장세력 소탕작전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로힝야족 민간인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측이 국경을 봉쇄한 채 난민 유입을 막고 있어 수천 명이 국경지대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9일 AFP통신에 이슬람 무장세력의 경찰 초소를 습격사건 이후 지금까지 3천여 명의 로힝야족이 국경 탈출에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피란민은 인근 마을에서 총성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국경 초소 인근에 은신해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의 고위 관리는 "대략 6천 명의 미얀마 국적자들이 양국 국경지대에서 방글라데시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경 역할을 하는 좁은 나프강의 상황이 아직도 불안하다. 어젯밤엔 엄청난 자동화기 발포 음이 들렸고 불에 탄 마을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국경수비대 관계자는 국경지대에 갇힌 난민 수가 1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로힝야족의 입국을 허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하지만 그냥 두면 추위에 떨다가 죽을 아이들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밖에도 이 지역에 거주하는 4천여 명의 불교도들도 정부군의 도움을 받아 안전지대로 대피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다수인 불교도와 소수인 이슬람교도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라카인주에서는 지난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 3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하고 군기지 침투를 시도했다.
이에 맞서 정부군이 곧바로 소탕전에 나서 교전을 벌이면서 지금까지 모두 12명의 군경과 11명의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엔은 미얀마군과 무장세력 모두에게 폭력을 자제하고 민간인을 보호하며 법치를 복원하라고 촉구했지만, 사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사상자와 난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는 이번 사건을 촉발한 ARSA를 테러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며, 로힝야족 민간인을 돕는 구호단체 등을 테러지원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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