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챌린지' 편집장 출신…대표적인 '親마크롱 언론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석달 반 만에 50대 중견 언론인을 대변인으로 선임했다.
취임 이후 악화한 언론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지지율 급락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국민과의 소통 강화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 궁은 29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새 대변인으로 브뤼노 로제프티(54)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로제프티는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 출신으로, 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스포츠와 문화 등에 관해 방송 출연과 신문·잡지 기고 등을 하며 전방위로 활동해 온 언론인이다.
대변인 선임 직전까지 시사잡지 '챌린지'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9월 1일부터 정식으로 엘리제 궁의 '입' 역할을 맡게 된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 계정도 전담해 관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엘리제 궁의 대변인 역할은 홍보비서관 시베스 은디예(37·여)가 겸직해 왔으며, 정책 관련 대국민 홍보 창구는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정부대변인이 담당해왔다.
로제프티 신임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잡지 '챌린지'의 지면을 통해 마크롱에게 호의적인 사설을 여러 차례 게재하는 등 대표적인 '친(親) 마크롱 언론인'으로 꼽혀왔다.
챌린지의 기자협회는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성명을 통해 챌린지의 편집 방향이 지나치게 마크롱에게 호의적 쪽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편집장이던 로제프티를 비판하기도 했다.
로제프티는 마크롱이 지난 4월 23일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에 오른 직후 파리 중심가의 유명 비스트로 '라 로톤드'에서 지인들을 불러 연 축하파티에 초대된 몇 안 되는 언론인 중 하나였다.
당시 프랑스 언론들은 이 술자리를 두고 "마크롱이 결선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승리에 도취한 것처럼 행동한다"며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었다.
마크롱이 그동안 사실상 공석이었던 엘리제 궁 대변인에 자신과 친분이 있는 중견 언론인을 앉힌 것은 취임 직후 급속도로 악화한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정운영 지지율이 30%대 후반으로 주저앉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구상의 일환으로 보인다.
엘리제 궁은 마크롱 취임 직후 아프리카 말리 프랑스군 기지 동행취재와 관련, 언론사들에 엘리제 궁 출입기자가 아닌 국방 전문 기자를 선별해 보내달라고 요구해 정치부 기자들이 집단반발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지난 6월엔 '집권 공신'이었던 프랑수아 바이루 법무장관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려는 공영방송의 간부에게 전화해 '법적 조치'를 경고하자 주요 언론사 기자협회들이 공동성명을 내고 "새 정부가 언론의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한 적도 있다.
마크롱은 지난달 대혁명 기념일(7월 14일)에는 그동안의 전통을 깨고 집단 언론 인터뷰를 보이콧, 소통 노력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샀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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