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나는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젊은 CEO들과 다르다. 나는 창업자가 아니고 이른바 전문 경영인이다."
CNN은 29일 세계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다라 코스로샤히가 과거에 했던 이 말을 소개하면서 코스로샤히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우버의 새 CEO는 성추행과 브로 컬쳐 등 파괴적인 사내 문화를 바로잡고, 경영을 정상화해 궁극적으로 우버의 IPO(기업공개)를 준비해야 할 막대한 책무가 있다. 그러나 당장 그의 최대 과제는 트래비스 캘러닉 전 CEO를 비롯한 우버의 최대 주주들과 어떤 식의 관계를 갖고 이들의 강력한 영향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CNN은 "캘러닉 전 CEO와 코스로샤히 신임 CEO는 스타일 면에서 매우 다른 인물"이라고 말했다.
캘러닉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마초' 스타일이라면, 코스로샤히는 '외교적'이고 매우 '어른스런' 성품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그러나 성향이 정반대라는 점이 두 사람의 갈등 관계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로 '오너'를 충직하게 보필했던 코스로샤히는 캘러닉의 그림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CNN은 예측했다.
캘러닉은 현재 우버의 주식 10%(의결권을 가진 주식은 16%)를 보유한 최대 주주 가운데 한 명이며 이사회의 일원으로 우버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우버내에서는 그에 대한 깊은 충성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있다. 캘러닉은 상황이 수습되면 CEO로 복귀할 것임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이번 코스로샤히 선임 과정에서 캘러닉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캘러닉이 코스로샤히가 CEO로 일했던 익스피디아의 배리 딜러 회장과 매우 돈독한 사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캘러닉은 CEO직을 그만둔 뒤 타히티로 휴가를 떠날 때 딜러 회장의 요트를 이용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딜러 회장은 그의 우버 CEO 선임에 대해 "익스피디아로서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에게는 매우 흥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며 코스로샤히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캘러닉과 친분이 있는 한 인사는 캘러닉이 코스로샤히 선임에 대해 "매우 기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버 이사회에는 캘러닉뿐 아니라 다양한 성향의 멤버들이 있다. 새 CEO와 이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코스로샤히의 앞날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주식 13%를 보유한 벤처투자회사 '벤치마크'는 캘러닉의 반대편에 서서 그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벤치마크는 새 CEO 선임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취하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우버는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다양성책임자(CD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주요 자리가 모두 공석이다. 새 CEO는 어떤 인물을 이 중요한 자리에 앉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들 자리 임명은 캘러닉과 이사회의 관할권 내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코스로샤히의 첫 도전은 이 중요한 자리를 채우는 과정에서 이사회와 어떻게 타협점을 끌어낼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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