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스 콰르텟 10년 내공의 선율…우아하되 박진감 넘쳤다

입력 2017-08-30 09:32   수정 2017-08-30 15:00

노부스 콰르텟 10년 내공의 선율…우아하되 박진감 넘쳤다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결성 10주년 기념공연 리뷰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 19번의 첫 코드가 울리는 순간 노부스 콰르텟의 10년 내공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네 명의 연주자가 한 몸을 이룬 듯 조화로운 하모니 덕분에 서주의 불협화음마저 듣기 좋은 협화음으로 들려왔다. 그 통일감 있는 소리는 이 시대의 가장 완벽한 현악사중주단으로 꼽히는 하겐 사중주단의 앙상블을 떠올리게 했으며, 그들이 10년간 일궈낸 피땀 어린 노력과 음악을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오랜 세월 세계적인 현악사중주단이 없었던 국내 음악계에서 희망의 이름이다. 네 명의 연주자 하나하나의 기량이 고르고 출중할 뿐 아니라 음향 밸런스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노부스 콰르텟은 4줄을 지닌 4대의 현악기로 구성된 단체가 아니라 마치 16줄을 지닌 하나의 악기와 같다.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노부스 콰르텟은 16줄로 된 그들의 악기가 가장 돋보일 만한 대작을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첫 곡에서부터 앙코르에 이르기까지 빈 고전주의 음악의 대가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걸작들이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독일의 초기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인 멘델스존의 현악사중주 제2번을 완성도 높은 연주로 선보이며 청중의 환호를 끌어냈다.






선곡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고 의욕적인지를 알 수 있었다. 전 7악장이 연달아 연주되므로 연주회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 않은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4번을 비롯해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도 매우 심혈을 기울여 힘겹게 작곡해낸 현악사중주 19번 '불협화음', 그리고 하이든의 말년의 걸작 현악사중주 작품76의 제3번 '황제'가 앙코르로 연주됐으니, 이번 공연은 빈 고전주의 현악사중주의 정수만을 뽑은 충실한 연주회라 할 만했다. 여기에 멘델스존의 가곡 작품 9 중 '질문'(Frage)에서 '이것이 옳은가?'(Ist es wahr?)라는 선율이 인용된 현악사중주 제2번이 음악회 1부 마지막 곡으로 연주돼, 이번 음악회는 마치 현악사중주를 위해 10년의 세월을 바친 그들이 "이것이 옳은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성찰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만일 누군가 노부스 콰르텟에게 "이것이 옳은가"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무엇이라 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번 공연에서 그들이 음악으로 내놓은 답변이 있다면 "이것이 옳다 믿으며 오늘도 현악사중주의 진리를 찾고 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그들이 연주한 한 곡 한 곡에서 음악작품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묻어났다. 때때로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는 현악사중주의 진리를 섬광처럼 드러내곤 했다.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 19번 1악장 서주의 연주는 등골을 서늘하게 할 만한 신비로움으로 가득했고, 3악장 미뉴에트는 변화무쌍한 스케르초 풍으로 표현되어 음악의 즐거움과 유머를 전했다. 무엇보다 멘델스존의 현악사중주 제2번의 연주는 이번 공연에서 단연 돋보였다. 이 곡에서 제1 바이올린을 맡은 김재영은 선율의 완급과 다이내믹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탐미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연주로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제2악장에서 비올라 연주로 시작된 푸가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놀랄 만큼 강력한 클라이맥스를 끌어내는 과정은 숨 막힐 정도로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이번 음악회 2부에서 연주된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제14번의 경우 앙상블과 음색은 매우 훌륭했으나 이 곡에 잠재된 긴장감과 고통을 초월해가는 과정이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제1악장 도입부 주제는 비록 짧지만 상승하는 선율과 충격적인 악센트로 표현된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후악절의 선율의 대립은 대단히 강렬하며 이 곡을 이끌어가는 동인이 되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선 그런 점이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것 같다. 1악장 초반의 악센트 처리 방식에 있어 네 명의 연주자의 연주 스타일이 각기 달랐고 긴장과 이완의 대립 구조 또한 크게 부각되지 않아 후반으로 갈수록 갈등이 폭발하고 소멸하며 초월해가는 과정 또한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현악사중주의 진리를 찾아 지금 이 순간도 그들의 연주를 통해 "이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의 진지한 성찰은 이번 공연에서 우리에게 크나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herena88@naver.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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