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으로 도발 무대 확대 우려…美·日 강경 대응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29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에 이어 태평양을 향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 감행할 것을 사실상 예고했다.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화성-12형 발사를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이번 탄도로켓 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 걸음이고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면서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많이 하여 전략 무력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군사적 도발의 무대를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일본뿐 아니라 괌을 포함한 태평양으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실제 유사 도발이 이뤄질 겨우 미국과 일본의 강경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북한은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수차례 태평양으로 쐈지만,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과는 성격이 다르다.
북한이 사거리가 3천㎞를 넘는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은 올해 5월 14일(화성-12형), 7월 4일(화성-14형), 7월 28일(화성-14형) 등 3차례다.
이들은 모두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 발사'로, 최고고도는 수천㎞에 달했지만, 비행거리는 1천㎞를 넘지 않았다.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번 김정은 발언은 앞으로 IRBM급 이상의 미사일을 이번 화성-12형 발사처럼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쏴 태평양에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IRBM급 이상 탄도미사일의 고각발사로 어느 정도 기술 검증을 마친 북한이 정상각도의 발사로 실전운용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5월 14일 화성-12형 발사를 '시험발사'라고 해놓고 이번에는 '발사훈련'이라고 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이번 훈련을 통하여 로켓 실전운영에서 좋은 경험을 쌓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북한의 이번 화성-12형 발사는 사거리에 관한 한 북한의 IRBM과 ICBM의 기술적 완성을 알림과 동시에 실기동 훈련 개념의 연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태평양을 향해 다양한 조건에서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언제든지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화성-12형뿐 아니라 ICBM급인 화성-14형도 태평양상으로 발사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태평양을 향해 쏠 수 있다. 북한이 작년 8월 고각으로 쏜 SLBM은 약 500㎞를 비행했지만,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2천㎞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강의 미국 해군이 지배하는 태평양이 북한의 도발 무대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괌에 대한 북한의 공격 위협도 수사(修辭)가 아닌 현실적인 위협으로 떠오를 수 있다.
북한이 태평양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전력을 전개하는 일본과 괌 미군기지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는 한미동맹의 골간으로,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이를 억제할 경우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북한이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각도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미국과 일본을 자극하는 것은 정세를 벼랑 끝으로 몰아 상대방을 압박하는 전형적인 북한식 전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태평양을 도발의 무대로 삼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며 군사적 대응 조치를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이 괌을 발진기지로 하는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비롯한 전략무기를 보다 공세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일본의 인구밀집지역 상공으로 탄도미사일을 계속 날릴 가능성이 커진 만큼, 최고 요격고도가 500㎞에 달하는 SM-3 요격미사일을 구축한 이지스구축함 등 해상요격체계도 증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국 미사일방어체계의 공조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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