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날씨따라 도로건설 재개할 수도"…브릭스회의 성과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군과 인도군의 국경대치가 종료되고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인도가 참석키로 하면서 이번 분쟁의 실질적 승자가 누구인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
홍콩 명보와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은 30일 양국간 최악의 외교위기에서 누가 승리를 거뒀는지를 따지면서 중국이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에서 도로건설을 계속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양국 정부는 대치상태 종식을 위해 어떤 조건에 합의했는지를 모두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양측 반응을 종합해보면 모두 만족감을 표시하며 자국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8일 대치 종료를 발표할 때 양국 매체들은 다른 관점을 보이며 승리를 주장했다. 중국 매체는 인도군 병력이 인도측 경계선으로 철수했다는 점을, 인도 매체는 중국이 불도저를 철수시키고 도로건설 중단에 동의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대체로 서방 전문가들은 70여일에 걸친 양국의 병력대치가 중국측의 도로건설에 따른 갈등에서 비롯된 점에 비춰 도로건설 문제를 이번 분쟁의 승패를 판단할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인도 언론매체 및 전문가들도 중국이 도로건설을 중단하면 인도의 일대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명보는 인도 '인디아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인도군이 철군하는 대가로 중국이 도카라 지역에 다시는 도로건설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시작된 양국 협상에서 인도측이 양국군의 동시철군안을 배수진으로 삼아 중국의 양보를 받아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자국내 반발을 의식해 도로건설을 계속할 가능성도 내비치는 중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날씨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 고려해 실제 상황에 따라 관련 건설계획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지 군민의 방위 및 생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오랫동안 둥랑지구에 도로를 포함한 인프라 건설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가 끝나는대로 다시 도카라 지역에서 도로건설을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도로건설 중단에 큰 의미가 없다며 애써 자위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병력대치 70여일간 중국은 이미 둥랑지구에 전투를 지원하고 주둔군 병영을 건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도로 하나의 건설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브루킹스연구소 드루바 자이샨카르 연구원은 "인도는 이미 중국의 도로건설 저지라는 목적을 달성했다"며 "중국이 인도군의 철수를 강조하고 있지만 궁극적 문제는 도로가 건설될지 여부였다. 현재로선 도로건설이 재개될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인도 매체와 정치권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전에 큰 외교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도측 관계자는 "분명한 동시 철군이라며 만약 인도가 홀로 철군했다면 양국이 협의에 이를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인도의 인터넷매체 '더 프린트'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모디 총리가 시 주석과 만나 도카라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일화를 전했다.
이 회동에서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양측의 이견을 분쟁으로 발전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합의한 것을 상기시켰다. 시 주석은 잠시 침묵한 뒤 양측 실무자들로 하여금 협의토록 하자고 답했다.
이후 양국간 외교채널을 통해 도카라 문제에 대한 협상이 본격화됐다고 '더 프린트'는 전했다.
하지만 중국이 이번 분쟁에서 완전히 패한 것만은 아니다. 중국은 인도측의 선(先) 철군을 내세워 영토주권 수호라는 명분을 얻었다.
중국 외교부는 철군 발표 당시 "인도측이 월경한 병력과 설비를 전부 철수할 것이고 중국 현장인력들이 이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군은 또 앞으로 도카라 지역 순찰을 계속하면서 이 지역 영유권 주장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특히 이번 대치 종료로 올 하반기 최대의 외교과제인 브릭스 정상회의를 순조롭게 개최해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올 가을 19차 당대회로 시작될 시진핑 집권 2기에 자국의 핵심이익을 손상받지 않은채 대(對) 인도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갈 외교동력을 얻게 된 것도 성과의 하나로 볼 수 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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