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민주평통 해외 첫 여성 부의장 이숙진씨 "개방=인권=통일"

입력 2017-08-30 11:02  

[사람들] 민주평통 해외 첫 여성 부의장 이숙진씨 "개방=인권=통일"

"정부 대북정책 공감대 확산 주력…각국에 우군 많이 만들면 통일 빨라져"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대통령 직속 헌법자문기구인 제18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9월 1일 출범한다. 국내외 총 1만9천710명의 자문위원이 위촉됐고, 이 가운데 해외지역회의 자문위원은 122개국 43개 지역협의회 3천630명이다.

김덕룡 수석부의장을 포함해 부의장은 국내 15명, 해외 5명을 두고 있다. 이숙진(56) 전 호주협의회장은 해외지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부의장에 임명됐다. 그는 호주·뉴질랜드 등 대양주와 서남아, 동남아 남부와 북부, 서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7개 협의회 소속 638명의 자문위원을 대표한다.

출범식과 간부·임원 회의에 참석차 방한한 이 부의장은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제18기 활동 방향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기반 조성'에 맞는 목표를 설정해 2년 동안 활동하겠다"며 "특히 아시아·대양주 지역에서 적극적인 평화 공공외교를 펼치는 데 자문위원들이 나서도록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강연회, 포럼 등을 통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재외동포사회의 이해 및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는데 자문위원들이 거주국에서 민간외교관으로서 앞장서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특수하다는 생각을 한다. 북한과 수교관계를 맺고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설치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북한과 수교를 맺은 160개 국가 중에 대사급 외교 관계를 체결한 나라는 49개국이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캄보디아, 인도,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와는 비교적 우호 관계에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북한 주민들의 탈북 루트라는 점도 이 부의장이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이런 두 가지 사실 때문에 민주평통 아시아·대양주 지역회의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으로 그는 생각한다.

"북한이 대사관을 설치한 나라에는 외교관은 물론 외화벌이를 하는 무역상사 및 관련 회사 주재원 그리고 유학생 등이 체류하고 있어요. 물론 우리가 만나는 일은 쉽지는 않겠지만 '개방화'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북한 주민임은 틀림없죠. 저는 통일이 되려면 먼저 북한 주민이 개방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이 부의장은 관할 지역 내 북한 주민들을 어떻게 개방화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들과 접촉이 어려우므로 자문위원들이 현지의 유력 정치인과 민간단체, 북한 인권단체 등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할 방법을 그중 하나로 여긴다. 한국과 외교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않는 범위에서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증진하고, 이들의 인권 문제도 자연스럽게 제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제가 관할하는 7개 지역협의회장과 이런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것입니다. 그리고 협의회 소속 30여 개국을 모두 찾아가 머리를 맞대고 여러 방안을 찾을 생각입니다. 자문위원들이 거주국에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한목소리를 내는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이 부의장은 아시아지역회의 차원에서 탈북 청소년을 위한 장학 사업만큼은 임기 내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호주에 유학 간 탈북자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정착을 지원했다.

이 부의장은 젊은 세대 중에는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역할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제11기 때인 2003년 민주평통에 발을 들여놓은 뒤 제16∼17기 호주협의회장을 지내면서 펼쳤던 경험을 전수하려는 것이다. 그는 2014년 모범적인 활동으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이 부의장은 사업하면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대양주에서 '북한 인권'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개방=인권=통일'이라는 등식을 믿고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말콤 턴불 연방 총리, 필립 러독 하원의원, 줄리 비숍 외교부 장관, 대법관 출신인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 글래디스 베리지클리안(여)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총리, 주 정부 장관과 주 의회 의원 등과는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 온 사이라고 한다. 이들을 호주협의회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청했고, 한반도 통일 문제에 관심을 두는 동시에 한국의 평화통일 정책을 지지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 부의장은 호주 연방의회가 북한인권법을 채택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했고, 주호한국대사관과 주시드니총영사관의 후원아래 '북한 인권 주간' 행사를 열어왔다. 시드니, 퍼스, 멜버른, 브리즈번 등을 돌며 영화제를 비롯해 전시회, 세미나 등을 개최했다.

지난 14일 차세대 정치인 리서 의원(41)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도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 정권을 규탄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호주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대북규탄 발의안을 제출한 이면에도 그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만장일치로 통과한 리서 의원 발의안 맨 마지막 구절에는 한글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호주의 젊은 의원이 이런 발의안 낸다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두게 하려는 취지가 있어요. 훗날 이들이 세계 정치 무대에서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테니까요. 지난 2016년 비숍 장관이 정부 법안으로 상정한 북한인권법도 아직 통과는 안 됐지만 그런 맥락이죠. 통일은 곧 우리가 펼치는 방향대로 지지하도록 우군을 많이 만들었을 때 빨리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시드니에 본사를 두고 뉴질랜드를 포함해 400여 개 관리매장에 직원 2천여 명을 거느린 청소용역업체 제마이홀딩스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18세 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건너간 뒤 부친 이재경 회장을 도와 제마이홀딩스그룹을 오세아니아주 한인 최대 기업으로 키웠다.

g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