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장벽 마약 차단에 도움' 근거 미약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통해 마약 밀반입을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 미국에 밀반입되는 마약 대부분은 항공편이나 해상을 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린폴리시(FP)는 29일 마약단속국(DEA) 정보보고를 인용해 실제 미-멕시코 육로 국경을 통한 마약 밀반입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국경장벽 설치를 통한 마약 반입 차단 논리의 근거가 미약함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5월 DEA가 작성한 24쪽 정보보고서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반입되는 마약들은 주로 남서부 국경을 통과하며 트랙터 트레일러 같은 차량에 감춰져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미 콜롬비아 등지로부터 들어오는 마약은 항공기나 보트 등을 통해 운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다국적 범죄조직들은 쾌속 보트나 요트, 컨테이너 화물 등 다양한 해상 운반수단을 동원해 바하마 제도나 플로리다 남부를 거쳐 동북부로 마약을 운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밝혔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운반책들이 먼저 코카인을 인접 아이티로 옮긴 후 항공편이나 해상 수단을 통해 미국으로 반입하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마약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면서 "일단 (멕시코 국경) 장벽이 들어서면 이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벽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DEA 보고서는 '장벽'을 거론하지 않은 채 미국에 반입되는 마약들이 대부분 비(非) 육로 루트를 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뉴저지에서 유통되는 헤로인은 콜롬비아가 원산으로 주로 콜롬비아와 도미니카 조직에 의해 인편을 통해 항공편으로 뉴어크(뉴저지) 국제공항에 도착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도미니카 조직에 의한 항공편 또는 국제우편을 통한 반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항공사 직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도미니카와 푸에르토리코가 마약 운반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소량으로 나뉜 후 미 우편이나 소포 등을 통해 동북부로 직접 반입된다는 것이다.
DEA 보고서는 미국 내 마약 범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들 도미니카 조직을 집중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으나 장벽 설치 필요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