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조윤제 주미대사…文대통령 핵심 브레인들 4강 포진(종합)

입력 2017-08-30 18:43   수정 2017-08-30 18:44

'돌고 돌아' 조윤제 주미대사…文대통령 핵심 브레인들 4강 포진(종합)

좁은 인재풀에 인선 난항…"새 정부 외교철학 공유하고 경륜 갖춰" 평가

주일대사에 국정자문위 출신 이수훈 발탁…주러 대사에는 우윤근 등 거론

'코드인사' 지적에 靑 "철학과 신념을 같이하는 인사 쓰는 것은 당연"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훌쩍 넘기고도 오리무중이던 4강(强) 대사 인선이 윤곽을 드러냈다.

새 정부 외교 분야의 인재 풀이 넓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강대국 외교에 익숙한 커리어(외교관) 출신보다는 문 대통령과 국정코드가 맞고 대선 캠프에서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했던 인사들로 낙점됐다.

문 대통령은 30일 주미대사에 조윤제(65)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주중대사에 노영민(60) 전 민주당 의원, 주일대사에 이수훈(63)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각각 내정하고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에 들어갔다.

외교가가 우선 주목하는 것은 주미대사에 조 교수가 내정된 점이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았던 조 교수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인선논의 초기 단계부터 일찌감치 이름이 거론됐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駐) 영국대사를 지낸 조 교수는 문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데다 외교 경험을 갖추고 있어 주미대사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경제학자 출신인 조 교수는 한국은행 총재를 희망하면서 대사직을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북한 핵·미사일 이슈가 부상하면서 북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정통으로 다뤄본 주미대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하면서 청와대는 조 교수 외에 외교관 출신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후보군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주러시아 대사 출신의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와 지난달 초 임명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거론된 데 이어 이태식 전 주미대사가 유력한 대상으로 부상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참여정부 때 주미대사를 맡았던 이 전 대사는 선이 굵은 대미외교 경륜을 갖춘 데다 현 정부 인사들과도 가까워 주미대사로서 적임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고령인 데다 과거 주미대사를 다시 기용하는 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하면서 최종 검토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원점'에서 인선안을 재검토한 청와대는 마땅한 카드를 찾지 못한 채 애초 검토했던 조 교수를 설득하는 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았고, 조 교수가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여 인선이 결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문제와 북미 관계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지만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이해하고 외교철학을 공유하고 있어 양국 관계를 우호적 방향으로 끌어나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주일대사는 우여곡절 끝에 그동안 거론되지 않던 의외의 인물이 낙점됐다. 당초 김성곤 전 민주당 의원과 하태윤 주오사카 총영사 등이 검토됐으나 결국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청사진을 설계한 이수훈(63)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문 대통령 당선 뒤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2012년 대선 때도 대선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을 맡아 활동한 덕에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대중외교의 최전선에 설 주중대사에는 이미 내정이 확실시됐던 노영민(60) 전 의원이 그대로 확정됐다.

노 전 의원은 중국사와 한시(漢詩) 등에 밝고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데다 대중 인적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사드 문제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 전 의원 역시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았을 만큼 '친문(친문재인)' 핵심인사로 분류된다.

일각에선 주미·주중·주일대사가 모두 외교관이 아닌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채워져 '코드인사'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수행하는 데 철학과 신념을 같이하는 인사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며 "외교적 전문성과 함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다음 달 초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맞물려 주목되는 주러시아 대사의 경우에는 아직도 인선이 진행형이다. 여권에서는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의 이름이 부상하는 가운데 오영식 전 민주당 의원과 장호진 전 총리 외교보좌관도 거명되고 있다.

율사 출신으로 17대∼19대 국회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우 총장도 친문계의 온건한 합리주의자로 분류된다.

우 총장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대학원을 졸업한 데 이어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법률고문을 지낸 경력도 있어 복수로 검토되는 인물 중 가장 앞서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할 주자로도 거론된다는 점이 청와대의 최종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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