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고이케 도쿄도지사 이어 스미다구청장도 거부에 동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제시대 수천명의 조선인들이 희생당한 관동(關東·간토) 대학살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다.
우익 주도로 피해자 수 부풀리기 논란이 일더니, 이를 바탕으로 아예 역사 부정 움직임까지 보인다.
3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관례를 깨고 올해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데 이어 추도비가 마련된 도쿄 스미다(墨田)구의 야마모토 도오루(山本亨) 구청장도 매년 보내던 추도문을 올해부터는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도식을 주최해온 일·조(日·朝)협회에 따르면 야마모토 구청장은 이달 28일 추도문 불가 방침을 밝히며, "3월과 9월에 열리는 도쿄도 위령협회 주최 추도 법회에서 희생자 모두에 대해 추도하는 만큼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별도의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지방에서 규모 7.9로 발생한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유포됐고 이 과정에서 현지의 자경단·경찰·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학살했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관지인 독립신문 등에 따르면 당시 살해당한 조선인의 수는 6천661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조협회 등 일본 시민단체들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매년 9월 1일 스미다구 내 요코아미초(橫網町) 도쿄도립공원의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앞에서 추도식을 열어왔다.
이런 가운데 스미다구가 올해부터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데는 간토대지진의 조선인 피해와 관련된 사실을 왜곡하려는 일본 우익의 움직임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일본 극우들은 간토 대지진의 피해자 수가 부풀려졌고 조선인에 대한 학살은 당시 조선인들이 일으킨 폭동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해왔다.
작년에는 한 극우 도쿄도의원이 도의회에서 "6천여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존엄한 생명을 빼앗겼다"는 비문 문구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차기 총리 후보로도 거론되는 극우 성향 정치인인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이달 24일 올해부터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 역시 간토 대지진에서의 조선인 대학살을 부정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4월 간토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 내용이 담긴 전문가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려다가 들통이 났다.
일본 정부는 그 다음달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간토 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사건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표명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정부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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