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20명, DNA감식으로 결백 증명"…美 프리드먼 변호사

입력 2017-08-30 15:13  

"사형수 20명, DNA감식으로 결백 증명"…美 프리드먼 변호사

비영리단체 '이너슨스 프로젝트' DNA 감식으로 결백 증명

'국제 법유전학회' 총회서 성과 발표…"수감자 43% 무죄 판명"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지난 1992년 5월 미국 미시시피 주 낙서비 카운티의 한 연못 수면 위로 3살짜리 여자아이의 시체가 떠올랐다. 이 여자아이의 시신은 이틀 전 인근 주택에서 실종됐던 크리스틴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크리스틴 생모의 남자친구였던 흑인 남성 케네디 브루어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법정에 출석한 치과의사는 시체에서 발견된 조그마한 이빨 자국 19개가 모두 브루어의 것이라고 증언했다.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브루어는 결백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1995년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브루어는 12년이 지난 2007년 살인 누명을 벗고 당당히 교도소 문을 나올 수 있었다.

브루어가 석방된 것은 DNA 감식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감자의 결백을 증명해주는 미국 비영리단체 '이너슨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IP)의 도움 덕분이었다.

IP 소속 변호사들은 2001년 브루어의 요청으로 시체에서 발견된 남성의 DNA가 다른 사람임을 입증했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 앞에 진범은 추가 범죄 혐의까지 자백했다. 검찰도 브루어의 무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IP의 수전 프리드먼(Susan Friedman) 변호사는 30일 한국 언론과 만나 "지금까지 수감자 351명의 무죄를 밝혀냈는데 이 가운데 20명이 사형수였다. 진범도 150명을 밝혀냈다"고 IP의 성과를 소개했다.

전날 방한한 프리드먼 변호사는 대검찰청이 개최한 세계적 학술대회 '국제 법유전학회'(ISFG) 총회에서 이 같은 IP 활동을 발표한다.






그는 "결백을 증명하는 일은 감정이 소모되는 힘든 작업"이라며 "결백을 주장하는 수감자의 DNA 증거를 찾지 못해 답을 얻지 못하고 사건이 종료될 때 힘들고 화나지만, 수감자가 무죄를 인정받아 석방되는 날은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맡은 IP는 전국 교도소에서 결백을 주장하는 편지를 매달 평균 220건씩 받는다. 이 가운데 소속 변호사들이 자료를 검토해 신빙성이 있는 사건을 골라 DNA 증거 찾기에 나선다.

과학수사란 개념이 없었던 수십 년 전 사건이 대부분인 만큼 검찰·법원 창고 등에 산재한 증거를 확보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과오를 들추는 것을 꺼리는 검찰을 상대로 증거물 확보 소송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렵게 확보한 DNA 증거는 외부 연구소에 감식을 맡긴다. 2015년 기준으로 감식을 거친 수감자의 약 43%가 실제 무죄로 판명 났다.

프리드먼 변호사는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 증인의 착각으로 수사와 재판이 잘못되는 비중이 71%로 가장 많다"면서 "과학수사 기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오래된 기법으로 엉뚱한 결론을 내는 사례도 45%"라고 설명했다.

IP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의 사법시스템의 허점을 메우는 입법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된 수감자를 상대로 DNA 검사를 할 수 있는 제도는 미국 50개 주(州)에 규정이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DNA 증거를 보존토록 하는 제도가 갖춰진 곳도 23개 주에 그친다.

프리드먼 변호사는 "조사 전 과정 녹음도 IP가 추진하는 제도적 개선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법유전학회 서울총회는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프리드먼 변호사의 발표는 9월 1일 오후 2시 30분 예정돼있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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