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53' 프로젝트 3개월…서울 거주 노인 제보에 한 가닥 희망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1953년 한국전쟁 당시 수원화성 성곽 위에서 수줍게 미군의 카메라 렌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소년·소녀를 찾아 나선 수원시가 3개월이 되도록 주인공들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6월 '응답하라 1953' 프로젝트를 행궁동 주민들과 함께 가동했다.
이 프로젝트는 1953년 당시 수원화성의 성곽으로 추정되는 흙담 위에 소년 3명과 소녀 2명이 함께 찍은 사진 2장을 단서로 사진 속 주인공들을 찾는 것이다.
생존해 있다면 현재 70∼80세 연령대일 이들로부터 전쟁 당시의 수원의 모습과 주민 생활상을 생생하게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수원과 오산 비행장에서 근무했던 미군들이 찍은 것으로, 지난해 더글라스 프라이스라는 미국의 한 사진수집가가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한 오산비행장과 수원화성 지역 풍경 사진 68점 가운데 하나다.
이들 사진 가운데 수원화성 성곽 위 아이들이 있는 사진은 2점뿐이다.
사진을 찍은 미군은 로버트 리 월워스(Robert Lee Walworth)라는 것이 수원화성박물관을 통해 확인됐다.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사진을 우연히 발견한 행궁동 주민들이 지난해 1월부터 시작했지만, 수개월에 걸친 노력에도 찾지 못하자, 올해 수원시가 바통을 이어받아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수원시는 시청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의 힘을 빌려 제보를 기다렸다.
지난여름 6·25 전쟁발발 67주년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이 사진과 스토리가 공개된 뒤 4건의 제보가 들어왔으나 대부분 사진 속 주인공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수원시는 서울에 사는 한 할아버지의 제보에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임수영 할아버지라는 이 제보자는 당시 화성성곽에서 미군 통역관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동네에 사는 동생들을 불러다 준 것 같다고 얘기했다.
당시 자신은 11살이었고 사진 속 동네 동생들은 7∼8살 정도로 기억했다.
그는 폭격으로 무너진 신풍초등학교 사진도 갖고 있다고 했다.
응답하라 1953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마을르네상스센터의 유문종 센터장은 "임 할아버지가 사진 속 주인공을 찾아줄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조만간 할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