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게재 사진 속 예정 궤도, 실제 비행 궤적과 거의 일치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지난 29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은 예정 궤도를 거의 그대로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화성-12형의 정밀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도 아래 진행한 화성-12형 발사 소식을 보도하며 관련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이들 사진 중에는 김 위원장이 고개를 들어 상승 단계의 화성-12형을 바라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다.
사진 속 김 위원장 오른쪽에는 화성-12형의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컴퓨터 모니터가 보인다.
모니터 왼쪽 하단에 있는 '00:33'으로 보이는 붉은 숫자는 발사 직후 33초가 지났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니터에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포함한 지도가 있고 녹색 선으로 비행 궤도가 표시돼 있다. 화성-12형이 발사 직후 상승 단계라는 점으로 미뤄 예정 비행 궤도로 볼 수 있다.
모니터에 그려진 예정 비행 궤도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지는 것으로 돼 있는데 화성-12형의 실제 궤적과 거의 같다.
북한이 노동신문 사진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화성-12형이 예정 궤도를 그대로 비행한 셈이 된다.
노동신문 1면 사진에도 김 위원장 앞 책상 위에 놓인 지도가 보이는데 '화성포-12형 로케트 사격방안'이라고 쓰인 이 지도에는 화성-12형의 실제 탄착점과 비슷한 지점이 붉은 점으로 표시돼 있다.
북한이 이번에 쏜 화성-12형의 비행거리는 약 2천700㎞에 달한다. 북한이 그만큼 멀리 떨어진 표적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노동신문도 "발사된 탄도로켓은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일본 홋카이도의 오시마 반도와 에리모갑(에리모미사키) 상공을 가로질러 통과하여 북태평양 해상에 설정된 목표 수역을 명중 타격하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 5월 14일 처음으로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3개월여 만에 이 정도의 정밀도를 보여준 것은 주목할 만한 기술 발전 속도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선임분석관은 "북한이 예정한 궤도로 화성-12형이 비행한 것을 보면 정밀도가 꽤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화성-12형은 동해 상공에서 1단 추진체 연소를 끝내고 탄두부 아래쪽에 장착된 PBV(Post Boost Vehicle)로 자세를 조절하며 비행해 홋카이도 상공에서 정점인 550여㎞ 고도에 도달한 다음, 대기권 재진입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PBV는 검은색인 화성-12형의 탄두부와 1단 추진체 사이에 있는 밝은색 장치다. 북한이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12형 PBV에는 연료 주입구도 있는 게 포착됐다.
이번 화성-12형 발사로 북한의 IRBM급 이상 탄도미사일의 주엔진인 '3·18 혁명' 엔진은 다시 한 번 안정성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18 혁명 엔진은 북한이 올해 3월 18일 연소시험을 공개한 엔진으로, 당시 시험을 참관한 김정은은 이를 '3·18 혁명'으로 부르며 극찬했다.
이 엔진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에도 주엔진으로 장착됐다.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는 화성-12형에 장착된 3·18 혁명 엔진이 보조엔진 4개와 함께 안정적으로 불줄기를 뿜는 모습이 담겼다.
북한이 이번에 화성-12형의 정밀도와 안정성을 과시한 만큼, 곧 공식적으로 실전배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번 발사가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화성-12형)의 실전운영 능력을 확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투적 성능이 완벽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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