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4강 대사 진용이 사실상 짜였다. 주미국 대사에 조윤제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주중국 대사에 노영민 전 의원, 주일본 대사에 이수훈 경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각각 발탁됐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112일 만이어서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다. 현직 대사들은 국정철학이 다른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인사들이어서 조속히 교체할 필요가 있었다. 특명전권대사는 주재국에서 대통령을 대리해 국익을 지키는 막중한 직책이다. 그렇기에 대사에게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공유하는 인사들을 4강국 대사직에 포진한 것은 무난한 인선으로 여겨진다.
축하받을 일이지만, 내정자들은 지금부터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불안하고 엄중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하루가 멀다고 탄도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벼랑 끝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고, 이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다시 군사적 옵션 검토로 맞서고 있다. 대사직 내정자들은 이런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국민이 무겁고 중대한 책무를 부여한 것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우리 외교의 처음과 끝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대미 외교이다. 최전선에서 대미 외교를 지휘하는 주미 대사가 막중한 자리인 것도 그래서다. 특히 북한이 29일 '괌 타격'까지 염두에 두고 일본 열도를 넘기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한반도 긴장이 다시 최고조에 이르렀다. 다음 달 9일 정권수립일에 맞춰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내정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처하면서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 아래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한반도 문제 '운전대론'과 전시작전권 환수 등에서 미국 조야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지낸 조 내정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분석관을 거쳐 주영국 대사도 했지만 북핵과 한미동맹 등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게다가 한미 간 양자 현안도 간단치 않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 조 내정자의 철저한 대비와 분발을 기대한다.
주중 대사도 주미 대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로 수교 이래 최악인 한중 관계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 호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우리 정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로 되레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29일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현대차 중국 공장 4곳이 한때 가동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노 전 의원이 주중 대사에 내정된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노 내정자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친문 진영'의 중심인물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탄탄한 기반을 가진 3선 의원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사여서 중국을 배려하는 문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 같다. 여의도에서 '유능한 협상가'로 평가받는 노 내정자가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 한중 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기 바란다.
한일 관계도 미묘한 상황이다.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유권, 일본의 우경화 등 갈등 요소를 가진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데는 면밀히 공조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 내정자는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분과위원장을 맡아 대북·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를 다듬었다. 문 대통령이 그런 이 내정자를 발탁한 데는 한일관계를 동북아 역내 협력의 틀에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상 4강 대사 진용이 짜인 것을 계기로 정부는 위기의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는 데 외교역량을 가일층 결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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