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한순간에 전복, 통신장비 마비로 신고 못해 인명 피해 컸다

입력 2017-08-30 17:52   수정 2017-08-30 18:05

어선 한순간에 전복, 통신장비 마비로 신고 못해 인명 피해 컸다

어선위치발신장치도 미작동…사고 발생 7시간 45분 뒤 첫 신고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이덕기 기자 = 30일 새벽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발생한 통발어선 803광제호 전복 사고는 높은 파도에 한순간에 뒤집힌 데다 각종 통신장비 마비로 선원 등이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 호미곶 동쪽 22해리 해역에서 선장, 선원 등 9명이 탄 27t급 구룡포 선적 광제호가 전복한 것은 오전 4시 30분께로 추정했다.

광제호는 이날 오전 3시께 구룡포항을 떠났다. 선원 6명은 모두 선실 내부에서 쉬고 있었고 선장 김모(59)씨, 갑판장 등 3명만 깨어 있었다.

해경은 선장 김씨 등 말에 따라 광제호가 한순간에 몰아닥친 높은 파도에 순식간에 뒤집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해역에는 당시 풍랑주의보가 내렸다.

배가 한순간에 전복해 개인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통신장비가 못쓰게 됐다. 통상적으로는 무전기를 이용해 사고 내용을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하나 선장과 선원 누구도 미처 손 쓸 틈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경이 신고를 받은 시점은 사고가 나고 약 7시간 45분이 지난 뒤였다.

사고 해역 인근을 지나던 외국 선적 유조선 아틀란틱 하모니호가 낮 12시 14분께 포항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첫 신고를 했다.

아틀란틱 하모니호는 "포항 바다 인근을 지나가는데 선박으로 보이는 물체가 전복한 것 같다" 신고했고, 포항VTS는 1분 뒤 포항해경으로 이를 알렸다.

게다가 선박 침몰 등 경우 사고 내용과 위치를 해경 관제시스템에 자동으로 알릴 수 있도록 배에 설치하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도 어떤 이유에선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뒤늦게 신고를 접수한 포항해경은 7마일 떨어진 곳에 있던 경비정 1510함을 현장으로 급파했지만 도착 시간은 사고 발생 8시간 20여분이 지난 12시 50분께였다.

해경은 뒤집힌 배 위에서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던 선장 등 3명을 구조했다. 이어 1시간여 동안 선체안에서 선원 4명을 추가로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모두 숨졌다. 해경은 실종 선원 2명을 수색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원인, 신고 늦은 이유, V-PASS 미작동 등에 조사가 필요하다. 신고가 좀 더 빨랐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du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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