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올해로 94주년을 맞는 간토(關東)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테마로 일본의 포크 가수가 신곡을 발매하기로 해 헤이트스피치(특정 민족·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시위)가 잇따르는 요즘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포크 가수 나카가와 고로(中川五郞·68) 씨는 내달 5일 18분 분량의 '말하는 가라스야마(烏山)신사의 모밀잣밤나무 블루스'가 수록된 CD를 선보인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지방에서 규모 7.9로 발생한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됐고 이 과정에서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학살했다.
나카가와 씨는 이를 소재로 일본인 프리랜서 작가 가토 나오키(加藤直樹) 씨가 2014년 출간한 '9월, 도쿄의 거리에서'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세타가야(世田谷)구에서 일어난 당시 학살에 얽힌 모밀잣밤나무 이야기가 실렸고, 이것이 신곡의 소재가 됐다고 한다.
이 나무는 학살된 조선인 13명을 애도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심었다는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아있지만, 가해자로 기소된 12명이 혐의를 벗고 고향으로 돌아갔음을 기록하고자 심었다는 증언 기록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카가와 씨는 "(자신과) 이질적인 것은 배제하고 가해자를 감싸면서 나무까지 심었다"는 대목에서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도지사가 관례를 깨고 내달 1일 간토(關東)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맹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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