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건축가 "차분히 놓인 식물의 존재로 죽음의 본능에 맞설 수 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다음 테러 목표로 지목된 이탈리아가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최근 유럽에서 빈발하는 차량 테러 위협 등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17일 스페인 카탈루냐 주에서 벌어진 연쇄 차량 테러로 총 16명이 사망한 직후 유럽 대도시들은 인파가 많이 몰리는 관광 명소와 쇼핑몰 지역 등에 콘크리트 방호벽과 대형화분 등 테러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애물을 놓아두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가 밀라노 대성당과 유서 깊은 쇼핑몰인 '갈레리아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인근 도로에 차량 테러 방지용 콘크리트 방호벽을 발 빠르게 설치했다.
하지만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지 않아 생뚱맞은 느낌을 풍기는 육중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유명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는 바르셀로나 테러 직후 유럽 대도시들이 콘크리트 방호벽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도시의 가장 활력 넘치고, 열린 공간들을 콘크리트 장벽이나 획일적인 플라스틱 안전장치들로 왜곡하는 것 대신에 좀 더 자연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삶을 포기하고, 집 안에만 가둬두려는 게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것이다. 이에 맞서 우리는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이 갖는 상징적 가치를 이용해야 한다"며 지름 3m에 달하는 대형화분에 참나무 등을 심어 놓으면 차량 공격을 막는 훌륭한 방호벽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차분히 놓여 있는 식물의 존재로, 무자비한 테러범들에 의한 죽음의 본능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제안이 나온 직후인 지난 28일 로마의 대통령궁이 위치한 퀴리날레 광장 초입에는 대형 협죽도 화분 40개가 콘크리트 장벽 대신 설치됐다고 ANSA통신은 보도했다.
남부 풀리아주의 주도 바리 역시 주요 보행자 구역 보호를 위해 콘크리트 방호벽 대신 대형화분을 선택했다.
안토니오 데카로 바리 시장은 "이것이 도심을 딱딱하게 무장하는 것 대신 도시를 좀 더 푸르게 하는 방책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선의 방법으로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해" 바리의 미술원 학생들에게 대형화분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장식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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