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안 양자택일' 큰소리치던 교육부, 당정협의 이후 급선회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31일 교육부가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발표하자 부정적 여론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청회를 해보니 일부 과목 절대평가와 전과목 절대평가, 현행 유지를 지지하는 사람이 각각 30%였고 10%는 무반응이었다"면서 "어떤 방안을 택해도 지지도가 30%밖에 안 되는 데 밀어붙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개편 관련 논란은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시안에서 국어와 수학, 탐구는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나머지 4과목을 절대평가하는 안(1안)과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안(2안) 등 이례적으로 2가지 안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시안 발표 직후 1안에 대해서는 현행 수능과 별반 다를 바가 없고 국어와 수학 등 상대평가 과목으로 '쏠림현상'만 일으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안에 대해서는 수능 변별력이 약화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 등 다른 대학입시 전형 비중이 높아져 학생과 학부모의 다른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 방안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를 압박했고 4차례 정부 공청회에서도 참가자 간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대립이 계속됐다.
학원가에서는 학부모의 불안을 노린 마케팅이 펼쳐졌다.
이처럼 혼란이 계속되자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제3의 안을 마련해야 한다"거나 "수능 개편안 발표를 미루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진보성향 교육·시민·사회단체와 교직원·학생·학부모단체 40여곳이 가입된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개편 논의를 중단하고 범국민 입시개혁기구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보수성향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30일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초·중·고등학생 학부모 70∼80%가 현행 수능 유지를 원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도 수능개편 속도 조절과 유예 요구에 가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절대평가가 필요하다는 원론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단계적으로 가는 것이 옳다. 교육문제에 관한 한 지나친 혁신은 피하는 게 좋다"면서 서두르지 말 것을 강조했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김상곤 부총리 간 즉석 당정협의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수능개편 발표를 늦추자며 신중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결론지어졌지만, 당시 격론이 오가고 끝까지 이견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1안과 2안 중 '양자택일' 방침을 줄곧 강조하던 교육부의 태도가 바뀐 것도 이 무렵부터다.
교육부가 수능 개편 유예를 결정한 데는 각계의 반발과 함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살피는 정치권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까지만 해도 1·2안 중 하나로 갈 것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죄송하게 됐다"며 "어떤 안도 지지율이 30% 수준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밀어붙이기 힘들었다. 더 큰 틀에서 1년 유예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