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자신이 속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고위직을 맡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슈피겔온라인은 9월 24일 총선을 앞두고 30일 저녁(현지시간) 로텐부르크에서 열린 선거운동 행사에서 슈뢰더 전 총리가 이런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제재 대상에 오른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감사회 의장직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당 안팎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그러나 "그 기업은 크렘린 권력의 지부가 아니다"며 자신의 구직 계획을 방어하면서 "내가 볼 때 러시아를 정치적, 경제적으로 고립되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우리는 러시아를 악마화해선 안 된다"고까지 말하고는 예정대로 강행할 뜻을 거듭 확인했다.
슈피겔온라인은 "슈뢰더 전 총리는 이번 선거전에서 한때 사민당에 희망을 가져다줄 인물이었다"면서 "하지만 로스네프트 구직 계획이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대중지 빌트는 러시아 통신 기사를 인용해 슈뢰더 전 총리가 그저 단순한 감사회 이사가 아니라 의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올해 73세인 슈뢰더 전 총리는 2005년 총리직에서 물러나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에서도 일했다.
총선을 앞두고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사민당의 당수이자 총리 후보인 마르틴 슐츠는 슈뢰더의 구직 계획을 두고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개인사"라고 말했다가 "전직 총리는 조건부 사인(私人)"이라고 이후 정정한 바 있다.
슈피겔온라인은 슐츠 후보의 이런 촌평을 옮기면서 그가 슈뢰더 전 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짚었다.
슈뢰더 전 총리의 구직 계획에 대해서는 일반 여론도 싸늘한 편이다.
빌트 의뢰로 전문기관 인자가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8.7%가 그의 계획을 비판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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