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대'는 일단 유보…지지율 회복이 최우선 과제
당내 '탈호남' 우려도…사안별 정책공조 속 논의 가속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신임 대표가 31일 '강한 야당'에 이어 '중도통합'이라는 새 메시지를 꺼내 들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으로부터 통합 혹은 연대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에서 향후 당의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천명한 것이다.
여소야대, 여야 4당 교섭단체 체제의 복잡한 정국 속에서 국민의당이 강한 야당으로서 중도통합의 길을 걸으면서 좌우를 수렴해 중심으로 서겠다는 구상이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외 지역위원장 원탁회의 행사에서 "국민의당은 중도통합의 중심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 해결 중심 정당으로서,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강한 야당의 길을 간다면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는 안 대표가 향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기될 수 있는 야권연대나 정계개편 등의 국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당 지지율이 50%를 넘는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한 야권 통합 또는 야권 선거연대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중도세력 확장 구상을 밝힘에 따라 형식과 내용은 다르지만, 야권 통합론도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안 대표는 구체적인 '선거연대' 가능성에는 아직까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전날 연합뉴스TV '뉴스1번지'에 출연해 "지금은 선거연대 이야기가 나올 시기가 아니다"라면서 "지방선거 진용을 갖추는 것이 먼저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심을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야권 공조에 앞서 추락한 당의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26.74%를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5·9 대선과 제보조작 파문을 거치면서 지금은 지지율이 한자릿수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28∼30일 전국 성인 남녀 1천521명, 신뢰 수준 95%, 오차범위 ±2.5%포인트)에서도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안 대표 선출 후 오히려 0.5%포인트 하락한 6.2%에 그쳤다. 아직은 '안철수 효과'를 느낄 수 없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국민의당이 정국 주도권은 물론 야권의 주도권도 잡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민의당이 어느 정도 국민의 지지를 회복해야만 향후 정국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특히 야권연대 내지는 정계개편 국면이 찾아올 경우에도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안 대표의 판단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서도 안 대표의 중도 성향, 그리고 보수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터라 안 대표로서는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내에선 안 대표가 '탈호남'에 대한 당내 우려를 잠재우지 못한다면 호남계 인사를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보수야당과의 접촉면 확대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안 대표가 9월 정기국회에서 차별화된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사안별로 자연스럽게 정책연대의 틀을 가동하며 야권 공조의 가능성을 엿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중심이 돼서 '제3의 길'로 중도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야권연대를 두고 당내 컨센서스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선거연대까지 찬성하는 이도 있지만,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당내 의사소통 과정이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