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에서 공립도서관 아동도서 코너에 성 소수자 문화 축제를 소개하는 그림책을 비치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공방이 벌어졌다.
3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금주 초 시카고 교외도시 웨스트시카고의 공립도서관을 찾은 만 3세 어린이가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gay pride parade)에 관한 그림책을 보고 부모에게 설명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딸의 질문을 받은 마이클라 재로스 씨는 "책 내용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유아용 도서로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책은 게일 피트먼의 '6월의 이날'(This Day in June)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9년 선포한 '성 소수자 긍지의 달' 6월에 열리는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소개하고 있다.
재로스 씨는 도서관 측에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했고, 남편 커트 재로스 씨는 도서관 이사회에 "해당 도서를 치우거나, 최소한 어린이 코너가 아닌 곳으로 움직이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간지 시카고 데일리 헤럴드는 "이런 사실이 보수성향의 비영리단체 '일리노이 가족 연구소'(IFI) 웹사이트에 올라오면서 뜨거운 논란이 촉발됐고, 전국적으로 파문이 확산했다"고 전했다.
28일 밤 열린 도서관 이사회 임시회의에 주민 150여 명이 모여들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열띤 토론이 벌어진 끝에 이사회는 표결을 통해 문제의 책을 현재 위치에 보존하기로 했다.
보존 의견을 지지한 주민 마리아 델리아니스 씨는 "사회적 관용과 다양성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성 소수자들을 거부할 수 없으며,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해가 될 것은 없다"면서 "자녀를 살피고 적절한 책을 읽게 하는 것은 각각의 부모 책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커트 재로스 씨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마음 가는 대로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일로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안전한 장소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게 됐다"면서 "최소한 이 책은 부모들을 위한 육아정보 코너로 옮겨가야 한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성(sexuality)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서관 책임자 벤저민 워셀로 씨는 "이 책은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관한 다채로운 그림으로 구성돼있다"면서 "책 뒷부분에 용어 해설과 토론 방법 등 부모용 가이드가 첨부돼있다"고 설명했다.
워셀로 씨는 "해당 도서는 2014년에 단 1권 입고됐으나, 논란이 일면서 오히려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