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교사에서 관상어 용품 발명가로 변신한 김보경 대표
동호회→창업·특허등록…"좋아하는 분야서 전문성 갖춰야"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지난달 29일 찾아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비즈니스동 2층 관상어용품회사 '지스아쿠아'(ZISS AQUA) 사무실.
김보경(49·여) 대표가 사흘 뒤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한국관상어산업박람회 수조·용품 분야에 출품할 신제품을 선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25㎡ 남짓한 사무실 한쪽 벽면 전시대는 지스아쿠아 효자상품인 관상어 인공부화기(ZISS Tumbler)와 부화통(ZISS Breeder), 여과기 등이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인공부화기는 관상어의 알을 부화하기 위해, 부화통은 치어를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 각각 고안한 장치다.
사무실 중앙 실험대에는 독일 JBL, 대만 유피 등 국내외 유명 관상어용품회사 제품이 일부 분해된 채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지스아쿠아가 출시를 준비 중인 브라인슈림프(Brine shrimp)용 부화통 및 여과기와 성능을 비교해 경쟁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2015년부터 시작한 관상어산업박람회에 매년 참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세계 첫 관상어 인공부화기의 뒤를 이을 신제품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너무 궁금해요."
지스아쿠아 인공부화기는 2015년 11월 특허 등록됐다.
앞서 2014년 4월과 7월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펫 엑스포'(U.S Global Pet Expo)'와 '수퍼주'(Superzoo)에서 최고 신제품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2개 반려동물 전시회는 미국 내 최대 규모다.
또 지난해 5월 벤처기업 인증을, 10월에는 ISO 9001과 ISO 14001 인증을 획득했다.
종업원 1명을 둔 스타트업 대표가 단기간에 일군 성과로, 경기도여성능력센터 입주업체들의 자랑거리다.
지스아쿠라를 센터의 간판 기업으로 키운 김 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습지 교사였다.
그의 인생이 바뀐 계기는 2008년 가입한 '탕가마니아'라는 관상어 동호회였다.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을 취미로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키우기 쉬운 구피에서 고가의 아프리카시클로드 등으로 어종을 바꾸며 관상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2011년에는 학습지 교사를 관두고 아예 수족관판매업체에 취직해 2년여간 근무하며 관상어와 관련된 지식을 전문적으로 익혔다.
당시 유심히 살폈던 관상어가 탕가니카 호수의 대표 어종인 마우스브리더(입안에서 알이나 새끼를 기르는 물고기)다.
대부분의 마우스브리더는 20개가량의 알을 입에 넣어 부화하는데 자연부화에 성공하는 것은 4분의 1인 5마리 정도에 그쳤다.
한 달 보름가량 먹이활동도 하지 않은 채 부화하느라 어미들은 안타깝게도 죽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어미 마우스브리더를 보호하고 새끼도 많이 생산하기 위해 수족관 벽면에 붙이는 인공부화기를 고안했고, 2013년 말 첫 제품을 동호인들에게 판매했다.
스펀지 필터가 장착된 입수구를 통해 수족관 물을 거르고 기포기를 넣어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등 최적의 부화환경으로 호평을 받았다.
인공부화기는 부화기간이 14∼30일로 단축됐고 부화율은 90%를 넘어섰다.
2014년 1월 지스아쿠아를 창업해 이베이를 통해 제품을 알렸고 3개월 뒤 미국의 관상어용품회사인 코발트(COBALT) 아쿠아틱스와 독점공급계약을 맺었다.
인공부화기는 4종으로 크기별로 2만3천∼3만9천원에 미국, 중국, 유럽 등 20개국에 판매된다. 지난해 지스아쿠아의 매출액은 수억원에 달한다. 국내 판매액은 전체의 3분의 1가량이다.
김 대표는 "동호회를 잊지 못하죠. 인공부화기를 개발하는데 1년 반가량이 걸렸고 학습지교사 시절 모아둔 돈을 포함해 7천만∼8천만원 비용이 소요됐는데 무엇보다 동호회원들이 금형, 디자인 등 각자의 분야에서 도움을 줘 1인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학습지 교사는 힘에 부쳐 45세를 넘으면 못할 것 같았어요. 취미생활에서 인생 2막을 열게 됐죠. 특히 여성분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취미 분야를 찾고 동호회를 통해 전문성을 키운 뒤 새 인생을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스아쿠아의 '지스'는 김 대표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탕가마니아 동호회 시절 닉네임이다.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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