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 중3생들은 현행 수능체제로 시험을 치르고 중2생부터는 내년 8월까지 마련될 새 수능체제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교육부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절대평가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던 수능개편시안 2가지 중 하나를 택하려던 계획을 유예하고 9월 출범할 국가교육회의 자문을 거쳐 새 정부의 교육철학을 담은 종합 대입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교, 대학, 학부모, 정부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가칭)을 구성해 수능개편과 대입전형 등 교육개혁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절대평가 범위 등 수능개편 방향에 대한 교육주체 간 견해차가 크고 사회적 합의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고교 교육 정상화 등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반영해 종합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미래지향적인 대입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개편 유예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민감한 수능개편안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해 정책 신뢰도가 실추되는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수능개편 시안 발표 이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못 했고, 발표 이후 3주 만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밀어붙였다. 또 '제3의 안'을 선택할 계획이 없다며 사실상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불공정 시비가 계속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책과 고교 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문제 등 고교 교육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과 함께 수능개편안이 제시됐어야 하는데 단순히 수능평가 방식에만 초점을 맞춘 시안을 발표해 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부의 귀책사유에도 불구하고 수능개편 시안에 대해 교육주체 간 견해차가 큰 상황에서 국민적 우려와 지적을 받아들여 유예를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공청회 과정에서 일부 과목 절대평가, 전 과목 절대평가, 현행 유지 등 3개 방안에 대한 지지율이 각각 30%로 나온 상황에서 특정안을 택해 밀어붙인다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 이탈을 우려한 집권여당의 요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당정이 주요 대선공약의 이행에 집착하기보다 비판적 여론을 수용한 결과여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 조치에 대한 진보·보수 단체의 반응은 엇갈린다. 진보 쪽은 절대평가 전면 도입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보수 쪽은 절대평가 확대 자체에 반대한다. 교육부는 다양한 여론을 겸허히 수용해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당장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어서 현재 중3생은, 공부는 개편 교과서로 하고, 수능은 기존 체제로 치르는 '수업 따로, 수능 따로' 사태를 맞게 됐다. 또 내년에 마련될 새 수능시험의 첫 적용 대상이 되는 중2생은, 2022학년도부터 대입제도 전반의 변화가 예상되는 데다 내년부터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전형이 일반고와 동시에 실시돼 이중부담을 안게 됐다. 교육부는 일단 과도기적 시험체제를 적용받는 중3 학생과 학부모에게 2021학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과 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능개편은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1년 유예한다고 해서 최적안이 도출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시안 유예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 앞에 약속한 대로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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