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평양전'에 아파트 그대로 재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다음 달 2일 개막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은 무엇보다 평양아파트를 그대로 재현한 '평양전'이다.
평양아파트 모델하우스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비엔날레 전시관 입구 앞에 약 36㎡ 규모로 설치됐다.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 국내 북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 조언을 받아 거실, 부엌, 방, 화장실을 꾸몄다.
벽지는 주문 제작했고 가구·가전제품은 북한에서 실제 쓰이는 것들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모델하우스 크기는 11평 정도지만 실제 평양 중산층은 주로 30∼35평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31일 평양전을 직접 찾아보니 거실 배치는 우리 아파트와 다를 것이 거의 없었다.
한쪽 벽에 소파를 두고 맞은 편엔 TV를 놓는다. 평면 TV는 중국제였다. 평양 중산층은 주로 중국산 가전제품을 많이 쓴다.
우리 아파트와 다른 점은 소파 위쪽 벽면을 장식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다. 모델하우스엔 실제 초상화가 아닌 빈 액자를 걸어뒀다. 초상화 아래엔 당의 주요 행사를 담은 사진을 걸기도 한다.
가구 대부분은 갈색이고, 장식이 거의 없다.
배형민 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은 "최신 유행하는 평양의 아파트 스타일에 최대한 가깝게 공간을 만들었다"며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평양의 모습도 많이 바뀌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평양에는 부분적으로 시장경제가 도입됐고, 새로운 주거형태인 아파트 건설이 가속화됐다.
전시 기간 평양아파트에선 탈북민 출신 도슨트가 관객들에게 평양 시민의 삶을 안내한다.
탈북해 2년 전 국내에 들어온 김일국 씨는 "모델 하우스가 실제 평양아파트와 너무 똑같아 놀랐다"며 "최근 유행한 천장, 바닥 마감재를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
26세 때까지 평양에 살다가 탈북한 문유진 씨는 "이 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커튼"이라며 "평양에선 커튼이 얼마나 화려한지가 집안 권력 또는 계층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평양전에 쓰인 커튼은 딱 중산층이 쓰는 것이라고 한다.
문 씨는 "평양에선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에 살더라도 계층 차이가 심하게 난다"며 "부유층인지 아닌지는 주로 커튼, 가전제품을 보고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선 전력이 부족해 전기가 끊길 때가 많기 때문에 튼튼한 러시아 가전제품이 인기라고 한다.
부유층은 일본제품도 선호하지만, 일본제품은 전기가 끊겼다가 들어오는 현상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문 씨는 전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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