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에너지 대란 올까…하비로 전세계 연료시장 들썩(종합)

입력 2017-08-31 17:11   수정 2017-08-31 19:49

미국발 에너지 대란 올까…하비로 전세계 연료시장 들썩(종합)

텍사스 수출 끊겨 중동산 LPG 값 껑충…아시아 직격탄

미국 내 경제 피해 180조원…역대 최대 전망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 동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로 엿새째 멕시코만의 연료 수출이 중단되면서 미국발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산 액화석유가스(LPG)가 끊기고 중동 LPG 가격이 치솟으면서 아시아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반대로 유럽발 화물선은 속속 석유를 싣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미국으로 향하는 등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후폭풍이 닥치게 됐다.


◇ 텍사스 LPG 품절…아시아 직격탄

3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미 텍사스 주를 덮친 하비로 항만이 잠정 폐쇄되면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프로판, 부탄 운송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하비가 상륙한 첫날인 25일부터 멕시코만에서 출발하는 LPG 선박이 한 대도 떠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 시장 전문가인 버트 길버트는 밝혔다.

엔터프라이즈프로덕츠파트너스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도 하비 상륙 닷새째인 29일 성명을 통해 휴스턴 항구가 폐쇄된 데 따라 수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난방 연료 등을 수입해야 하는 아시아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이 올해 수출할 프로판, 부탄은 2천800만t으로, 이중 절반가량이 한국, 일본, 중국 등으로 간다. 미국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LPG 중 90%는 멕시코만에서 출발한다.

미국산 LPG가 뚝 끊기면서 30일 동북아시아 시장에서 프로판 9월물 스와프는 10월물보다 t당 6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됐다.

이 틈을 타 중동 LPG 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안오일 등은 프로판, 부탄의 9월 계약 가격을 t당 40~60달러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발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질 우려도 커지게 됐다.

미국에서 내보내는 원유, 석유, 천연가스 수출이 하비에 가로막히면서 멕시코를 포함한 각국이 에너지 조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진단했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올해 들어 하루 100만 배럴을 돌파했으며, 휘발유 수출은 지난해보다 33% 증가한 것으로 컨설팅 회사 터너메이슨앤코는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멕시코만에서 생산된 휘발유 중 17%, 디젤 중 39%가 다른 나라로 수출됐다.

특히 미국산의 주요 고객이던 멕시코와 브라질이 하비로 인한 수급 차질 탓에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미국으로 몰려가는 유럽 유조선

미국 내 연료 부족이 우려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유조선은 앞다퉈 석유를 싣고 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30일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집계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석유 수입은 하루 985만 배럴에 달해 역대 최대를 보였다.

이는 하비 여파로 연료 부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비가 상륙한 뒤 정유 시설의 20%가 마비됐으며, 지난주 석유 도매 가격은 전주 대비 20% 치솟아 2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미국행을 예약한 유조선이 런던에서만 40대에 달하며, 이들은 대서양 연안으로 접근하거나 멕시코만 항구가 정상화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아시아에서는 항공유를 실은 화물선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 서부 연안으로 향하고 있으며, 일부는 멕시코만을 향해 항로를 변경하기도 했다.



◇ 경제 피해도 역대 최대…180조 원

미국에서 하비가 남길 경제 피해도 역대 최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정보 분석업체인 어큐웨더는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에 걸쳐 피해가 불어나 약 1천600억 달러(약 180조 원)의 경제 손실을 낼 것으로 30일 분석했다.

이는 기존 최악의 태풍이었던 카트리나 피해 규모인 1천180억 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무디스는 하비 피해 규모가 최대 7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비는 미국 전역의 소비심리에도 찬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생수, 휘발유 같은 생필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실업률이 오를 것이란 진단이다.

유가 정보업체인 가스버디는 하비 이후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고 FT는 전했다.

가스버디 선임 애널리스트인 패트릭 드한은 "상황이 아직도 유동적이며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면서 "하비의 총체적인 여파는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도이체방크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브레트 라이언은 "이번 재난이 경제 전체의 궤적이나 통화 정책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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