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취급 공장 밀집…"위험물질 관리기관 통합체계 구축해야"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여수산단은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위험 설비가 한데 모여 있어 항상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조성된 지 오래돼 시설이 노후한 데 따른 사고 위험도 있지만,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잇따라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산단 업체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에서는 사고 조사와 안전점검을 기업과 정부 기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도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수시도 이례적으로 시민을 대상으로 환경·모니터단을 공모해 운영하기로 하는 등 안전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위험물질 관리기관 제각각…체계적인 관리 시급
여수시는 지난달 10일 여수산단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가스안전공사와 합동으로 특별 안전점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관련 법규인 고압가스관리법에 따라 여수시가 다룰 수 있는 것은 가스 관련 업체만 점검할 수 있다.
유해화학물이나 위험물은 이번 특별 안전점검에서는 제외됐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은 소방서에서 관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할 기관이 각기 달라 사전에 안전사고 예방이나 사후 처리에서도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4년 1월 영산강유역환경청과 고용노동부, 국민안전처, 전남도, 여수시 등으로 구성된 여수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가 활동에 나섰다.
산단 입주기업들이 취급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통합 관리하지 않아 적극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양병수 박사는 "여수화학재난합동방제센터에는 화학물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만 구축돼 있고 이를 전산화해서 통합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유해 화학물질이 유출되면 여러 기관이 함께 대응해야 하는데 합동방제센터는 기업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 박사는 "여수산단은 사업장 간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유해물질이 유출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자체와 유관기관, 입주기업, 주민들의 협업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여수산단 안전, 시민이 감시한다
여수시는 여수산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환경·안전 모니터단을 공개 모집하기로 했다.
환경 분야 15명, 안전 분야 15명 등 30명 규모로 꾸려진다.
환경·안전 모니터단은 여수산단 주변 시설물을 순찰하고 사업장 환경과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업장 합동조사 및 합동점검 등 사고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활동을 한다.
주철현 여수시장도 올해 7월 17일 낸 입장문에서 "여수산단의 안전을 시민과 기업이 함께 고민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그동안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여수지역 시민단체도 여수산단의 안전점검에 시민의 참여구조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와 전남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은 지난 7월 성명을 내고 "이제는 여수 국가 산단의 안전을 기업과 정부 기관에만 맡길 수 없다"며 "노동자와 시민의 눈높이로 산단의 안전과 환경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참여구조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대희 전남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공동대표는 "1년에 3∼4번씩 여수산단에 대해 지도 점검을 함에도 안전사고가 잇따르는데 이는 눈을 감아주거나 형식적인 점검일 가능성이 있다"며 "비정부기관도 함께 참여해서 무엇을 점검하고 지도하는지, 기업은 어떤 조치를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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