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한 장애인 조정 선수가 힘차게 물살을 가른다.
발달장애인이자 시각장애인인 전지훈(18) 군은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라고 또박또박 포부를 밝힌다. 이 모습을 엄마는 카메라에 담는다.
부산 금정구 장애인복지관에서 '금정구 행복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엄마들은 최근 무더위를 잊은 채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메가폰을 잡은 영화감독은 현재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다.
이들은 각자 자녀들의 일상과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이어붙여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들이 영화에 담고 싶은 내용은 발달장애인의 평범한 일상이다.
자녀의 평범한 일상을 영화로 만들어 '조금 느리지만,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지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박순임(63) 씨는 아들 고지연(38) 씨가 컴퓨터를 배우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비장애인이 1분이면 작성하는 A4용지 반장 분량 글을 컴퓨터로 작성하는 데 온종일 걸리지만 '발달 장애인도 느리지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서미숙 씨는 딸 한별(23) 씨가 좌우를 구분해서 신발을 신는 영상을 촬영했다.
서 씨는 "우리 딸이 작년부터 신발 좌우를 구분해서 신게 됐다"며 "발달장애인도 시행착오가 있을 뿐이지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촬영을 마친 엄마들은 각자 찍어온 영상을 함께 보며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엄마들은 자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볼 때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들이 만든 영화는 편집을 거쳐 오는 9월 말에 완성될 예정이다.
완성된 영화는 장애인 인식개선 자료로 활용되며 장애인 인권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영화 제작을 도운 엄현정 사회복지사는 "조금은 느리지만 확고한 꿈을 가지고 나름의 계획과 노력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장애인의 모습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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