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타워 회동' 참석한 러 출신 로비스트 조사
뉴욕 검찰과 공조수사로 '몸통' 매너포트 자금세탁 여부도 조사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여겨지는 지난해 6월 '트럼프타워 회동'의 실체에 차츰 다가서고 있고, 사건의 '몸통'인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캠프 선대본부장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폭스뉴스 등 미 언론은 31일(현지시간) 뮬러 특검이 지난 11일 트럼프타워 회동에 동석한 러시아 이민자 출신 로비스트 리나트 아므케츠신을 대배심 앞에 세웠다고 보도했다.
트럼프타워 회동은 지난해 6월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매너포트 등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약점'을 받아내기 위해 러시아 여성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와 만난 것을 일컫는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달 회동 사실이 보도되자 당시 러시아 측 인사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스스로 공개했다. 그러나 그가 받은 이메일에는 "클린턴 후보의 약점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한 부분"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오히려 내통설을 뒷받침하는 핵심증거로 떠올랐다.
아므케츠신은 이 회동에 참석한 '최소 8명' 중 1명이다. 그는 옛 소련군 정보장교 출신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연방보안국(FSB) 전직 부국장과 연관돼 있다고 뮬러 특검은 판단하고 있다.
아므케츠신은 뮬러 특검이 구성한 대배심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필요하다면 특검 수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으나 대배심 앞 진술 여부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았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 앞에 그를 세운 것은 회동의 핵심인물인 트럼프 주니어를 공략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대배심은 이달 초 이미 트럼프나 주니어에 대한 소환장을 뮬러 특검에게 발부했다.
미 언론은 앞으로 '실세 사위'로 불리는 쿠슈너에 대한 소환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뮬러 특검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인물인 매너포트에 대한 압박도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다.
뮬러 특검은 뉴욕 주(州) 검찰총장 에릭 슈나이더만과 협력해 매너포트의 금융거래 내용을 낱낱이 캐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뮬러팀과 슈나이더만팀이 자금세탁을 포함한 금융 범죄 증거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두 팀의 협력은 매너포트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뮬러 특검은 매너포트의 변호사와 대변인에 대한 소환장도 발부받았다.
특히 슈나이더만 검찰총장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적잖은 '악연'이 있는 사이다.
그는 학생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트럼프 대학' 사기사건을 기소해, 트럼프 대통령이 7년여만인 지난 4월 2천500만 달러(약 282억 원)의 합의금을 내게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TV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그를 "무능한 사람"(hack), "경량급"(lightweight)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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