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만난 축구대표팀, 김영권 실언에 비판 여론 쇄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축구대표팀 주장 김영권(광저우)이 홈 관중의 응원 소리 때문에 경기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고 있다.
김영권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과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취재진에 "관중들의 함성이 크다 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기가 매우 힘들었다"라며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소통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눈빛만 봐도 그 뜻을 알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축구대표팀은 이란전에서 수적 우위 속에서도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하지만 김영권은 경기장을 찾은 6만여 명의 홈 관중들의 응원이 경기력에 지장을 줘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본인들을 향해 목청 높여 응원한 팬들을 승리하지 못한 이유로 삼은 셈이다.
김영권의 발언이 알려지자 축구팬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영권은 1일 새벽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김영권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팬은 "늦은 시간까지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목이 쉬어라 응원했는데, 팀 주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팬은 "앞으론 대표팀 승리를 위해 무관중 운동을 펼쳐야 할 것 같다"라고 의견을 내놨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란전에 만원 관중을 채우기 위해 경기 시간을 밤 9시로 옮기고 각종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였다.
대표팀 신태용 감독도 홍보영상에 나와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10만여 명의 관중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나와 살벌했다. 이번엔 붉은 물결에 이란 선수들을 놀라게 해주자"라며 국내 축구팬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화답하듯 6만3천124명의 관중은 붉은색 옷을 입고 전후반 90분 내내 목청 높여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러나 김영권의 말 한마디로 응원전의 의미가 퇴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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