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복지부, 1년 만에 협력 다짐…박원순 "같은 방향 바라보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서울시의 청년수당 시범사업을 직권취소한 것을 두고 복지정책 수장이 직접 '실무자 선을 넘어서는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 실무자 선을 넘어서는 정치적 판단이 있지 않았나 하고 추측된다. 합리적 기준에 의해 제재한 것 같지는 않다"며 "정치적 판단에 의해 정책 방향을 대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행정부가 가끔 사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는 굳이 그 뒤를 캐보지 않아도 '흔히 예측할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굳이 파헤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서도 그 당시 안종범 수석까지 오케이한 것을 '그 위 어느 곳에선가' 개입해 재논의했던 것으로 대체적으로는 파악됐다"며 "청와대 차원이나 여러 차원에서 적폐 청산이 이뤄지고 있지 않느냐. 그런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이날 만남은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청년수당을 두고 갈등을 벌인 이후 1년 만에 그동안의 앙금을 풀고 협력을 약속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두 기관은 서로 제기한 소를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청년수당 시범사업 대상자 3천 명을 선정하고, 이 가운데 2천831명에게 첫 달치 5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을 두고 갈등을 빚던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이후로는 '올스톱'됐다.
이에 서울시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직권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는 '청년수당 예산안을 재의(再議)하라'는 요구에 불응한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예산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낸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새 정부가 들어서고, 보건복지부가 올해 서울시의 청년수당 본 사업에 동의하면서 두 기관의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박 장관은 "청년이 처한 현실을 볼 때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함께 고민해도 모자라는데 서로를 향해 소송을 제기하는 좋지 않은 모습으로 국민 걱정만 키웠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갈등을 빚은 상징적인 사건이 돼 버렸다"며 "상생과 협치의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국민에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 시장도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됐다"며 "이것은 정말 좋은 일이고 환영할 일이다. 이제야말로 반목의 시대를 넘어 협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이날 박 시장과 박 장관은 앞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 장관은 "사회복지기본법상 '협의'의 근본 취지는 지자체가 정책을 제대로 만들면, 전국적인 균형을 맞춰주고 중앙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지나치면 지방정부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지방정부에 가능한 자율권을 많이 줄 것"이라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가능한 한 지원을 많이 해주고, 전국적인 균형을 이루도록 지원과 균형이라는 모토로 지방정부의 프로그램을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 정책을 펼치겠다고 언명했다"며 "사회복지기본법상 협의 제도도 지방정부의 창의와 혁신을 존중하며, 그것이 전국적으로 가져올 문제에 대해 협의해 조정하는 협치 방식으로 돼야 한다"고 뜻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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