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지 추모객 급증하고, 역사현장·전시회에 발길 이어져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영화 '택시운전사' 흥행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과 추모 '신드롬(증후군·특징적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3일 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에 따르면 지난달 묘지 참배객 수는 3만7천3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2만4천576명과 비교해 66%(1만2천427명) 늘었다.
8월 참배객 수는 7월(2만5천465명)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일일 추모객 수 또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늘었다.
하루 1천명 이상 방문한 날은 지난 한 달 중 모두 21일이나 됐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관객을 끌어모은 11일부터 20일까지는 주말 수준인 네 자리 방문객 숫자를 매일 이어갔다.
연중 5·18묘지 추모객 수는 무더운 여름철에 가장 적은 분포를 보인다.
올해 여름 더위는 특히나 맹위를 떨쳤기에 여느 8월과 달랐던 5·18 추모 열기를 '택시운전사' 흥행과 떼어놓고는 분석할 수 없다.
묘지관리사무소 측은 묘지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망월동 5·18 옛묘역에 영화 속 독일 기자의 실존인물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비가 마련돼있어 묘지 참배객 숫자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는 힌츠페터의 5·18 취재기를 다룬 '택시운전사'는 지난달 2일 개봉해 18일만인 20일 1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여전히 전국에서 상영하고 있다.
5·18 역사현장인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에도 영화 관람을 마치고 찾아오는 시민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옛 도청을 1980년 5월 항쟁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도록 요구하며 농성에 나선 범시도민대책위는 현장을 찾아오는 시민에게 영화가 다루지 못했던 여러 진실을 알렸다.
실제 항쟁에서 택시기사들은 5월 18∼19일 양일간 시내를 운행하면서 계엄군의 시민학살을 가까이 목격했고, 학생을 태워주거나 부상자를 실어날랐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거나 차를 파괴당했다.
택시기사 김모(당시 27세)씨는 19일 오전 11시 40분께 호남동 태평극장과 현대극장 사이에서 계엄군이 학생들을 뒤쫓지 못하도록 차로 골목을 막았다가 손가락을 잃었다.
당시 계엄군은 '더는 운전을 못 하게 하겠다'며 김씨를 모질게 때리고 손을 짓밟은 것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평화민주당이 수집한 5·18 피해사례 기록에 남아있다.
택시와 시내버스 200여대가 20일 오후 6시께 일제히 전조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금남로를 행진한 궐기는 계엄군 만행에 분노하던 시민이 한데 뭉친 구심점 노릇을 했다.
옛 도청 복원 대책위는 '택시운전사' 개봉 이후 5·18 역사현장을 찾는 시민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농성 1주년을 맞는 이달 7일 옛 도청 별관 2층에 역사 전시물을 마련할 계획이다.
힌츠페터가 촬영한 항쟁 당시 모습 등 다양한 5·18 기록으로 전시 공간을 채우는 방안을 찾고 있다.
광주광역시청 1층 시민숲에서 열리는 힌츠페터 추모 사진전도 장소를 옮겨 이어간다.
이달 8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다음 달 16일부터 20일까지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새로운 관람객을 맞이한다.
영화에 등장했던 1973년식 연두색 브리사 택시도 똑같이 선보인다. 다만, 국회의원회관으로 이동하는 점을 고려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다음 달 6일까지만 브리사 택시를 전시한다.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리는 '5·18 위대한 유산 : 시민, 역사의 주인으로 나서다' 전시는 이달 15일부터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 등 전국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나경택 전 연합뉴스 광주전남취재본부장과 이창성 전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5·18 당시 목숨 걸고 기록한 보도사진 100여점이 전시장을 채운다.
환자이송 역할을 했던 택시와 주먹밥을 나누는 시민 등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는 5·18 현장 기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광주의 진실이 영화를 통해 다시 조명받아 감개무량하다"며 "부당한 국가폭력에 외롭게 저항했던 광주가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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