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선물가격 3년 만에 최고로…아시아 정유업체 수익 껑충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의 미국 강타로 지구 반대편의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하비 탓에 미국 정유시설이 멈춰 서면서 이례적으로 국제원유 가격이 내려가고 휘발유 가격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아시아 정유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하비가 휩쓸고 지나간 직후 천정부지로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휘발유 9월 인도분 가격은 1일 오전 3시께 갤런당 2.17달러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는 2014년 11월 이후로 약 3년 만에 최고 가격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소매 가격은 한층 더 비싸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무연 휘발유 가격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31일 전국적으로 4% 오른 갤런당 2.44달러에 거래됐다.
여름철 마지막 연휴인 다음주 노동절에는 휘발유 가격이 2.6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이처럼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것은 하비가 몰고 온 폭우와 홍수 탓에 미국 정유시설 3분의 1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오일프라이스 정보 서비스의 톰 클로자는 "로키 산맥 동편의 정유시설 40%가 (하비의 영향을 받았다)"며 "전례 없는 일이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국제유가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정유시설이 멈춰 서면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께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0.64% 내린 배럴당 46.9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 11월물 가격도 0.25% 하락한 52.73달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혜를 누리게 된 것은 아시아 정유업체들이다.
아시아 업체들이 두바이 원유를 정제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배럴당 9.06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2016년 1월 이후 최고치다.
불과 지난달 28일까지만 하더라도 마진은 배럴당 6.50달러에 불과했지만, 하비 피해가 커지면서 정유 수익도 훌쩍 뛰었다.
기회를 포착한 트레이더들은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최소 10만5천t의 휘발유를 실어 보내기 위해 크고 작은 선박을 확보 중이다.
리소스 이코노미스트의 에산 울하크 원유·정제유 담당은 "싱가포르와 한국, 인도의 정유업체가 미국에서 늘어난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시설 가동 중단 이외에도 하비로 말미암은 경제적 피해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기상 전문사이트 아큐웨더에 따르면 하비로 인한 피해 규모는 1천900억 달러, 한화로 213조 원에 달한다.
이는 카트리나와 샌디의 피해를 합친 수준으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엘 마이어스 아큐웨더 사장은 "국가 공급 체인이 피해를 당하면서 식료품과 휘발유, 난방유 가격이 오르게 됐다"며 "기온과 습도가 여전히 높아 여러 종류의 질병과 후폭풍, 구직난, 건강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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