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주식거래로 거액의 이득을 챙겨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 제기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일 자진 사퇴했다. 지명된 지 25일 만이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 이 시간부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의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식거래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 제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법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분명 사실과 다름을 말씀드린다"며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 후보자가 사퇴했다고 해서 (주식거래 관련) 의혹을 인정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사퇴는 임명권자의 부담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표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내린 것으로 짐작된다. 이 후보자는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를 거쳐 20여 년간 변호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공익소송을 맡고 여성인권 향상에 앞장섰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이 후보자가 지난 9년간 수임한 사건의 45%에 해당하는 140건을 민주당 소속 인사가 장(長)을 맡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임한 것 등을 들면서, 정치적 편향성이 있어 고도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헌법재판관에 부적절하다며 청문 보고서 채택에 반대했다. 또한 최근 1년 6개월 사이 주식 투자로 12억2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이익을 거둔 점을 지적하면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인 거래를 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에 이 후보자의 주식거래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불법거래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단기간에 주식거래로 10억 원이 넘는 차익을 얻은 거둔 데 대한 국민의 시선은 차가웠다. 이 후보자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입장문에서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자신의 문제가 임명권자와 헌법재판소에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뜻도 밝혔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고위공직자는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사필귀정"이라면서 일제히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고 흠결이 없는 인물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도 안 돼 5명의 고위공직자가 잇따라 낙마함에 따라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진화론 부인과 '이승만 독재 불가피'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려 있다. 차제에 청와대는 인사 추천 및 검증 시스템을 정비하기 바란다. 아울러 성향이 다소 다르더라도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를 과감히 기용하는 탕평인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