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기업 부스에 중국인 '북적'…주최측, 北측 인터뷰금지
'한류 퇴조' 뚜렷…韓참가업체 줄고 전시장 규모 반토막
(창춘<중국 지린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올해로 11회째인 '중국-동북아(東北亞)박람회'(이하 동북아박람회)가 1일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가운데 북한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도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추가제재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은 박람회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국상품 판매에 나섰다. 북한의 적극적인 외화벌이 공세로 보인다.
이 행사는 중국 상무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지린성 인민정부가 공동 개최하고 중국 동북3성(지린·랴오닝·헤이룽장성)에서 열리는 국제무역행사로는 가장 큰 규모로 오는 5일까지 계속된다.
박람회에는 한국과 중국, 북한,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각국을 비롯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연선에 있는 총 36개국에서 1천300개에 달하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투자유치기관, 기업 등이 참가했다.
그러나 10회 박람회에 한국 업체들이 '한류 바람'을 내세워 행사장을 장악한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탓에 한류가 한풀 꺾인 기색이 역력했다.
2015년 행사 때 다수의 한국기업이 동북아 전시관에 마련된 전시부스 중 58.6%를 차지했으나 이번엔 경남·강원도 기업 16개사와 현지 에이전시를 통한 참가 등 79개에 불과해 참여 열기가 식었고, 전시 면적도 절반 정도로 축소됐다.
코트라(KOTRA) 측은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당초 대규모의 한국 참가단이 예상됐으나 지난 3월 사드 배치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앞으로 한중 경제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날 박람회장에 전시된 소비재와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찾는 중국인 관람객이 줄을 이어 한국산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했다.
중국인 관람객 위(兪)모 씨(31·여)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사드 사태와 상관없이 한국산 화장품과 브랜드 의류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디자인과 제품 마무리가 뛰어나 한국산 겨울옷을 고르려 한다"고 말했다.
국제상품관 한쪽에는 북한 참가업체 20여 개의 전시부스가 마련돼 건강 및 식품, 경공업제품을 선보였다.
조선건강합작회사, 릉라도무역회사, 대동강돼지고기회사, 고려수석, 조선경공업무역회사 등 무역회사와 의약품·식품·담배업체가 주종을 이뤘다.
당뇨병싸락약과 곰뼈술, 안궁우황환, 곰열(웅담), 록태고(鹿胎膏) 등 이름만 들어도 별스러운 약재와 식품, 주류의 전시공간에 관람객이 몰려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이 잇달아 눈에 띄었다.
한 북한무역회사의 대표는 "이번에 물건도 팔고 중국에서 사업을 넓하기 위한 대방(파트너)을 찾고 싶다"며 "30년생 산삼을 가져와 2천 위안(약 34만원)에 파는데 한족(중국인)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상품 부스를 찾는 관람객 천(陳)모 씨(47)는 "제품 원료가 오염된 중국 제품에 비해 조선(북한)상품은 깨끗한 재료로 만들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다"며 "고추장과 '타조' 담배를 사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참가하고 있어 박람회 당국이 북한 업체 부스에 쏠리는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북한업체 부스에 전시관 보안요원들이 들러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국 언론 등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더라도 응하지 말라"며 경고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realis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