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보톡스 주사 효과 있지만 조기 수술해야 완치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목 부위가 뻐근하면서, 통증이 지속하면 거북목증후군이나 목디스크를 먼저 의심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디스크나 근육이 아니라 뇌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기운목'(사경증)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다.
기운목은 목이 기울어졌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사경증(斜頸症)'의 우리말 표현이다. 이 질환은 지속적인 근육 수축으로 신체 일부의 꼬임, 반복적인 운동, 비정상적인 자세 등을 유발하는 '근육긴장이상증'의 하나다. 내 뜻대로 근육을 수축시키고 이완시키면서 자세나 움직임을 편하게 지속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데도 이 과정이 조절되지 않으면서 근육의 긴장과 이완이 제멋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근육긴장이상증의 여러 형태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게 바로 기운목이다.
기운목은 인구 1만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흔치 않은 질환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환자 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3년에 2만8천172명이던 환자 수가 2016에는 3만3천492명으로 약 19% 증가했다.
기운목은 뇌 안 깊은 곳에 있는 기저핵의 기능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이고 자세한 발병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쉬게 하지 못해 의도치 않은 근육의 수축 또는 경련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대뇌 깊은 곳에 자리잡은 기저핵 주위에는 감정 등을 조절하는 뇌 부위가 있어 심리적으로 불편하거나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지면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여러 약물 부작용이나 중독 때문에 기운목 증상이 발생한다는 가설도 있지만 확실치 않다.
기운목은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질환의 이름처럼 목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앞으로 숙여지거나 뒤로 젖혀지기도 한다. 목과 머리가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움직여지기도 하고, 한 방향을 향한 뒤 고정되기도 한다. 대개는 목 주위가 뻣뻣하고 아프다가 수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과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환자들은 목이 돌아가는 증상 때문에 앞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되고, 이 때문에 걷는 것부터 운전, 독서나 텔레비전 시청 등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불편을 호소한다. 외모로 드러나는 질환의 특성 탓에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을 지속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일부는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운목은 치료 효과가 비교적 높아 정확하게 진단받은 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충분히 복귀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아프고 경직되는 느낌이 든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엔 보톡스 주사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톡스치료는 근육 신경을 차단해 증상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반복적으로 맞으면 몸에 면역반응이 생겨 효과가 감소하는 게 단점이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치료법은 '뇌심부자극술'이다. 뇌심부자극술은 볼펜 심 정도(1.27㎜)의 가는 전극을 뇌의 병소 부위에 삽입한 뒤 컴퓨터 프로그램된 자극장치를 이용해 지속적인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신경회로를 복원시키는 방식이다. 신경을 잘라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에 속한다.
허륭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기운목과 같은 기능적 뇌질환은 환자 본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하고 충분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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