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최연소 300홈런·352홈런 등 좋은 기억 많아"
"은퇴 투어 준비한 타 구단과 후배들께 죄송하고 감사"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네 번째 은퇴 투어를 앞둔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한 달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이승엽은 은퇴가 다가오는 순간에도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불쑥 '은퇴 뒤'를 떠올린다.
이승엽의 네 번째 은퇴 투어가 열리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이승엽은 "오늘 SK 와이번스전까지 21경기가 남았다. 처음 은퇴 투어(8월 11일 대전)를 할 때만 해도 꽤 더웠는데 이젠 찬 바람도 분다"며 "은퇴 투어가 열리는 날 아침에는 시즌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고 나에게 묻는다"고 했다.
2017 KBO리그 정규시즌은 10월 1일을 전후로 끝난다.
이승엽은 "한 달 뒤 나는 야구 선수가 아니다. 정말 낯설 것 같다"며 "습관이 있어서 늦잠을 잘 것 같진 않은데…. 하루가 너무 길 것 같다"고 했다.
이승엽은 치열하게 살았다. 1995년 투수로 삼성에 입단해 타자로 전향할 때도, 2003년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고 기록인 56홈런을 칠 때도 최선을 다했다.
은퇴를 앞둔 지금도 매 경기 전력을 다한다.
그는 모든 걸 쏟아부은 뒤 찾아올 허탈함을 걱정하면서도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선을 다한 덕에 아름다운 추억도 많이 쌓았다.
네 번째 은퇴 투어가 열리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특히 좋은 기억이 많다.
이승엽은 "2002년 이 구장이 개장했을, 정말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뛰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대구, 광주, 고척 등 좋은 구장이 많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인천구장이 가장 좋았다"며 "경기장에 오면 기분이 좋았고, 좋은 기록도 나왔다"고 했다.
실제로 이승엽은 2003년 6월 22일 인천에서 김원형(현 롯데 자이언츠 코치)을 상대로 최연소 300홈런을 쳤다. 2013년 6월 20일에는 이곳에서 윤희상(SK)을 공략해 KBO리그 개인 통산 홈런 기록인 352호 아치를 그렸다.
이승엽은 전날(8월 31일)에도 인천에서 올 시즌 20번째 홈런을 쳤다.
공교롭게도 이승엽이 마지막으로 인천 경기를 치르는 2017년 9월 1일, SK는 윤희상을 선발로 내세웠다.
KBO리그 통산 최다 2루타 기록에 한 개만을 남겨 둔 이승엽은 "오늘 기록을 세우면 좋은데, 올해는 윤희상에게 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고 웃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경쟁해야 할 상대지만, 최근 정성스럽게 자신의 은퇴 투어를 준비하는 타 구단과 후배들에게는 고맙고 미안하다.
이승엽은 "경기를 준비할 시간에 내 은퇴 투어를 치러주고 있다. 타 구단 프런트와 후배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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