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는 없어…지금도 카메라 앞에 서면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김해숙 선생님이 첫 촬영날 제 팬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갑동이'부터 '럭키'까지 다 보셨다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과 연기를 하게 되니까, 선생님께서 제가 연기 못하는 것을 알게 되실까 봐 노심초사했습니다."
KBS 2TV '아버지가 이상해'를 끝낸 이준(29)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김영철 선생님, 김해숙 선생님 모두 대 선배님이시고 어려운 분들이지만 그나마 김영철 선생님과는 붙는 장면이 많아서 나중에는 좀 적응되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김해숙 선생님과는 거의 없다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붙게 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그가 말하는 문제의 장면은 극중 변한수(김영철 분)가 사실은 가짜 아버지임이 드러난 후 변한수의 아내 나영실(김해숙)이 중희(이준)를 찾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의 사죄를 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앞두고 김해숙 선생님이 대기실로 절 불러 1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엄마처럼 편하고 자상하신 분이시죠. 그런데 선생님이 제 팬이었다고 하시니, 겁이 나는 거예요. 저랑 직접 연기를 해보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싶은 거죠. 슛이 들어가고 선생님이 결국 제 앞에서 무릎을 꿇는 연기를 하실 때도 제 머릿속에는 사실 '선생님이 내가 얼마나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할까'라는 생각 뿐이었어요.(웃음)"
이준은 복잡한 심리 묘사를 해야 했던 '중희' 역을 멋지게 소화해내 박수를 받았지만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면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제가 원래 끼가 없어요. 억지로 만들어내는 거죠. 이목이 집중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큰데, 카메라 앞에 서면 그 정도가 심해지죠. 남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연기하는 거 보면서 참 신기하다 싶어요. 가수 활동할 때는 그래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었는데, 연기는 프레임 안에서 해야 하니까 엄청 부담돼요. 그게 연기를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힘들어요."
그는 "카메라 부담감에 어떤 작품을 하든 살이 쭉쭉 빠져서 끝날 때 되면 시작할 때에 비해 제가 살이 빠져 있음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이 '수포자'(수학 포기자)였던 과거도 들려줬다.
"제가 공부를 아예 못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중학교 때 반에서 46명 중 23등이었으니 중간은 됐어요. 그리고 중간이었던 것도 수학 점수 때문이었지 다른 과목은 90점 이상 받았어요. 수학 점수가 바닥을 쳐서 평균을 다 깎아 먹었죠. 제 누나가 공부를 잘하는데, 그때 저를 보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못 가니 실업계 가라는 거예요. 제가 그래도 반에서 부반장도 하고 그랬는데 인문계 못 간다고 하니 기분이 나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공부가 안되면 무용을 하자 싶어 중3 때 무용을 시작했습니다. 원래 춤추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는 "주변 사람들이 내 진로를 결정해주는 것 같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어도 공부를 못했을 것이다. 수학 과외까지 받았는데 점수가 20점밖에 안 나오더라"며 웃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는 타고난 '춤꾼'이다. 서울예고를 거쳐 한예종 무용과에 입학한 이준은 곧 자퇴를 하고 연예계로 발을 들였다.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씬'에서 가수 비의 아역을 맡으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배우를 꿈꾸기는 했는데 그냥 막연한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무용을 해 예고를 가고 한예종까지 가면서 그 생각이 구체화된 거죠."
오는 10월24일 육군 현역으로 입대하는 그는 "친구들이 늙어서 간다고 놀리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다"며 "동기생들이 나보다 한참 어릴텐데 그들과 어떻게 하면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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