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조직위에 올림픽 후 경기장 활용 방안 마련 촉구
비용 절감·올림픽 지속가능성 중시 IOC '어젠다 2020'과 직결
(평창=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구닐라 린드베리(70) 국제올림픽(IOC) 조정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조직위원회의 대회 준비 과정에 마냥 후한 점수만을 주진 않았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제9차 조정위원회가 열린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연합뉴스·연합뉴스 TV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경기장과 숙박 시설 등이 예정대로 신축되고 KTX도 본격 가동을 앞두는 등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 현황에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평창조직위원회가 제시한 올림픽 후 경기장 재활용 방안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다소 직설적인 단어로 불만을 표현했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우리(IOC)는 'white elephants'를 원하지 않는다"며 좀 더 상세한 활용 계획을 조직위에 촉구했다.
31일 마지막 조정위원회를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조직위에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내놓으라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말로 '흰 코끼리'인 화이트 엘리펀츠는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쓸모가 없어진 것을 뜻하는 표현이다. 일종의 애물단지다.
린드베리 위원장의 말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 거액을 들여 지은 경기장과 같은 건물들이 올림픽 후 평창·강릉·정선 지역의 골칫거리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어떤 경기장은 올림픽 후 다목적 스포츠 시설로 사용되겠지만, 다른 건물은 해체될 것"이라면서 "올림픽을 개최한 평창·강릉·정선에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린드베리 위원장의 요청은 IOC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어젠다 2020'과 직결됐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2013년 9월 취임하면서 내건 '어젠다 2020'은 2020년까지 추진될 올림픽 무브먼트의 청사진으로 처음 적용될 올림픽이 바로 평창동계올림픽이다.
IOC는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가 대회 후 파산 상태에 이르는 등 올림픽이 지나치게 값비싼 대회라는 비판에 휩싸이고 유치 열기도 줄자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을 '어젠다 2020'에 담았다.
올림픽 유치 도시에 기존 시설이나 임시 또는 분리 가능한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또 대회 운영 비용을 줄이고 모든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해 올림픽 후 시설 활용을 계속 모니터링하겠다는 게 어젠다 2020에 포함됐다.
린드베리 위원장이 인천공항에서 강릉을 잇는 고속열차 KTX의 개통을 반긴 것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수송에도 큰 도움을 주고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전 참여로 평창동계올림픽의 흥행과 이후 올림픽 유산 지속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 두비 IOC 수석국장의 전망은 더욱 현실적이다.
두비 국장은 평창올림픽의 비전인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을 거론하며 "고속도로 확충, 고속철도 신설, 각종 신축 건물 등의 인프라 확충으로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강릉·정선 일원에 동계 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면서 "수십 년이 지나면 이 지역이 새로운 관광 목적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일부 경기장 시설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한 것은 평창올림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선수들의 올림픽 경험을 해치지 않고도 개최 비용을 절감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비 국장은 "2000년 시드니, 2012년 런던을 봐도 올림픽 관련 시설을 새로운 공동체 시설로 바꾸는데 최대 3년이 걸린다"면서"다만 지난해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리우데자네이루와 브라질은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올림픽 후 경기장 활용 계획 실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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