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내 재선거'에 혼란 고조 예상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 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지난달 치른 대통령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리자 야권은 "세계에 귀감이 되는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초 우후루 케냐타(56) 후보가 당선된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야당 측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날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60일 내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판결에 지난 대선 때 케냐타 대통령과 경합을 벌인 오딩가 전 총리는 "오늘은 케냐, 더 나아가 아프리카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케냐인들의 번영을 위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오딩가 후보 지지자 수백 명은 나이로비 시내로 나와 춤을 추며 기쁨을 나타냈다.
정치 전문가들도 대법원 판결에 "전 세계에 귀감이 되는 결정"이라고 반겼다.
나이로비에 있는 국제위기그룹(ICG)의 무리티 무티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아프리카 최초로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개방된 국가 중 하나인 케냐가 민주주의로 점차 다가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무티가는 "이제는 야권 인사들이 법원에 가서 정의로운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저스터스 냥아야 케냐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케냐 사법부의 독립성을 증명했으며 전 세계에도 모범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예상을 뒤엎는 판결에 놀라움을 표했다.
버밍햄대학의 닉 치즈먼 아프리카 정치학 교수는 상당수 분석가가 케냐타의 당선을 확정 짓는 보수적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대법원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프리카 출신 외교관은 "대법원 판결이 헌법을 잘 수호했지만 앞서 국제참관단이 이번 선거가 잘 치러졌다고 밝힌 만큼 의문점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정쟁으로 혼란한 케냐에서 재선을 앞두고 더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케냐에선 선거 때마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부족들의 유혈충돌이 빈번히 발생해서다.
2007년에도 대선에서 패한 오딩가 후보가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한 이후 두달간 유혈사태가 벌어지며 1천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전적이 있다.
또 지난달 11일 케냐타 대통령이 54.2%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는 선관위 공식 발표가 나오자 이틀동안 수도 나이로비와 야권 성향 지방도시 키수무에서 시위가 이어져 경찰 진압 과정에서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여기에 주지사, 의회의원 선거 등에서 고배를 마신 다른 후보들도 줄줄이 법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돼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다음 대선까지 6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도 우려를 키운다.
치즈먼 교수는 지난 대선이 선거일을 7개월 남겨두고 선관위원이 임명되는 등 준비 기간이 짧았으며 새로 치를 선거도 60일밖에 기간이 없어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케냐는 어렵고 논란에 휩싸인 선거를 막 끝내고서 또다시 곧장 선거유세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재선거 결과도 역시 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대법원이 최종 발표할 성명 내용이 새로 치르게 될 선거와 케냐 유권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마라가 대법원장은 대선 무효 판결과 관련, 판결의 구체적인 근거를 21일 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앰네스티(AI)는 이날 모든 당사자가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축하나 반대 시위를 벌이는 군중에 대한 공권력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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