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앞으로 다가온 부산국제영화제…'군함도' 감독판 등 상영
고(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기리는 '지석상' 신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사태로 2년 넘게 갖은 외풍에 시달렸던 부산영화제는 올해도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지난 5월 영화제 기둥 역할을 해왔던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의 급작스러운 별세와 내부 불협화음, 이에 따른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동반 사퇴 표명까지 악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올해 부산영화제가 22년 역사의 위상에 맞게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우려가 크다.
◇ 상영작 예년 수준…'지석상' 신설
영화제 측은 다음 달 12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현재 손님 맞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열흘의 추석 연휴를 빼면 사실상 준비 기간은 한 달 남짓 남은 상태. 국고지원금마저 줄어 살림도 넉넉지 않다. 부산영화제는 '다이빙 벨' 사태 이전까지 약 15억원의 국비 지원을 받았으나 2015년 8억원으로 쪼그라든 뒤 2016년 9억5천만원에 이어 올해는 7억6천만원으로 줄었다. '다이빙 벨' 사태는 2014년 9월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 벨'의 상영을 반대하면서 영화제 측과 겪은 갈등을 말한다.
그래도 영화제 상차림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74개국에서 지난해와 같은 299편이 상영 목록에 올랐다. 막판에 1∼2편이 더 추가될 가능성은 있다.
한국영화 개봉작을 상영하는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는 개봉 버전보다 18분 늘어난 '군함도' 감독판을 비롯해 1천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 '해빙' 등이 초청됐다. 최종 초청작 리스트와 개·폐막작, 해외 유명 초청 인사 등은 오는 11일 공식 발표된다.
올해는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기리기 위한 각종 행사도 열린다. 우선 아시아영화의 주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서 '지석상'이 신설됐다. 또 아시아 각국의 독립영화인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교류 등을 하는 아시아 영화인 플랫폼도 선보인다. 고인이 생전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다. 이외에 추모 영상 상영과 추모의 밤 행사 등도 열릴 예정이다.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 현지 출장 중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부산영화제 산파 역할을 했던 그는 아시아 담당 프로그래머로서 20여 년간 아시아영화 발굴에 앞장서며 부산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3개 단체 '보이콧'
약 300명의 감독이 소속된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비롯해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3개 단체는 올해도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부대표인 한지승 감독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보이콧을 풀려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 그리고 적절한 후속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감독조합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화가 초청될 경우 참석 여부는 감독의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한지승 감독은 "영화제에 참석한다면 레드카펫을 밟을 때 피켓 등을 통해 조합의 입장을 표명할 방법을 고민해달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류승완 감독 등이 부산을 찾을지 주목된다. 영화감독조합의 부대표였던 류 감독은 '군함도'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모든 영화 협회에서 탈퇴했다.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은 관객과의 만남에 하루 일정으로 참석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이들 단체 소속 감독들이 불참하면 배우들의 발걸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4개 단체가 보이콧을 선언하고, 배우들도 불참해 영화제 전체 관객이 전년보다 27%나 줄었다.
◇ "차기 리더십·새 패러다임 모색해야"
올해 부산영화제는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이 동반 사퇴를 표명함에 따라 영화제 개최와 동시에 차기 리더십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 이사장은 부산시와 영화제 간 갈등 사태를 봉합하는 구원투수로 지난해 5월 조직위원장으로 추대됐고, 같은 해 7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그 이전인 2015년 8월 '다이빙 벨' 사태 수습을 위해 공동집행위원장에 취임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사태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소통문제가 불거지면서 사무국 직원들과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영화제 직원 4명이 사표를 냈다. 고 김 수석프로그래머의 뒤를 이어 부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홍효숙 프로그래머가 직원들의 반발로 사표를 내는 등 내홍이 이어졌다.
급기야 사무국 전 직원은 지난달 8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 등을 호소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에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이 일련의 사태 책임을 지고 폐막과 동시에 영화제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김상화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영화제 개최와 별도로 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꾸려서 영화제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 준비로 후임 인선 문제는 폐막 이후 이사회를 중심으로 물밑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집행부의 전원사퇴와 조직 개편 등 전면적인 물갈이를 통해 부산영화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며 "사무국 직원이 포함된 비대위를 꾸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과 부산시의 사과 및 보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다이빙 벨' 상영을 강행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이후 업무상 횡령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2심에서 벌금 500만원 형을 받았으며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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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기리는 '지석상' 신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사태로 2년 넘게 갖은 외풍에 시달렸던 부산영화제는 올해도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지난 5월 영화제 기둥 역할을 해왔던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의 급작스러운 별세와 내부 불협화음, 이에 따른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동반 사퇴 표명까지 악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올해 부산영화제가 22년 역사의 위상에 맞게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우려가 크다.
◇ 상영작 예년 수준…'지석상' 신설
영화제 측은 다음 달 12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현재 손님 맞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열흘의 추석 연휴를 빼면 사실상 준비 기간은 한 달 남짓 남은 상태. 국고지원금마저 줄어 살림도 넉넉지 않다. 부산영화제는 '다이빙 벨' 사태 이전까지 약 15억원의 국비 지원을 받았으나 2015년 8억원으로 쪼그라든 뒤 2016년 9억5천만원에 이어 올해는 7억6천만원으로 줄었다. '다이빙 벨' 사태는 2014년 9월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 벨'의 상영을 반대하면서 영화제 측과 겪은 갈등을 말한다.
그래도 영화제 상차림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74개국에서 지난해와 같은 299편이 상영 목록에 올랐다. 막판에 1∼2편이 더 추가될 가능성은 있다.
한국영화 개봉작을 상영하는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는 개봉 버전보다 18분 늘어난 '군함도' 감독판을 비롯해 1천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 '해빙' 등이 초청됐다. 최종 초청작 리스트와 개·폐막작, 해외 유명 초청 인사 등은 오는 11일 공식 발표된다.
올해는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기리기 위한 각종 행사도 열린다. 우선 아시아영화의 주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서 '지석상'이 신설됐다. 또 아시아 각국의 독립영화인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교류 등을 하는 아시아 영화인 플랫폼도 선보인다. 고인이 생전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다. 이외에 추모 영상 상영과 추모의 밤 행사 등도 열릴 예정이다.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 현지 출장 중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부산영화제 산파 역할을 했던 그는 아시아 담당 프로그래머로서 20여 년간 아시아영화 발굴에 앞장서며 부산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3개 단체 '보이콧'
약 300명의 감독이 소속된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비롯해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3개 단체는 올해도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부대표인 한지승 감독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보이콧을 풀려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 그리고 적절한 후속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감독조합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화가 초청될 경우 참석 여부는 감독의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한지승 감독은 "영화제에 참석한다면 레드카펫을 밟을 때 피켓 등을 통해 조합의 입장을 표명할 방법을 고민해달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류승완 감독 등이 부산을 찾을지 주목된다. 영화감독조합의 부대표였던 류 감독은 '군함도'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모든 영화 협회에서 탈퇴했다.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은 관객과의 만남에 하루 일정으로 참석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이들 단체 소속 감독들이 불참하면 배우들의 발걸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4개 단체가 보이콧을 선언하고, 배우들도 불참해 영화제 전체 관객이 전년보다 27%나 줄었다.
◇ "차기 리더십·새 패러다임 모색해야"
올해 부산영화제는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이 동반 사퇴를 표명함에 따라 영화제 개최와 동시에 차기 리더십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 이사장은 부산시와 영화제 간 갈등 사태를 봉합하는 구원투수로 지난해 5월 조직위원장으로 추대됐고, 같은 해 7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그 이전인 2015년 8월 '다이빙 벨' 사태 수습을 위해 공동집행위원장에 취임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사태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소통문제가 불거지면서 사무국 직원들과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영화제 직원 4명이 사표를 냈다. 고 김 수석프로그래머의 뒤를 이어 부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홍효숙 프로그래머가 직원들의 반발로 사표를 내는 등 내홍이 이어졌다.
급기야 사무국 전 직원은 지난달 8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 등을 호소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에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이 일련의 사태 책임을 지고 폐막과 동시에 영화제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김상화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영화제 개최와 별도로 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꾸려서 영화제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 준비로 후임 인선 문제는 폐막 이후 이사회를 중심으로 물밑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집행부의 전원사퇴와 조직 개편 등 전면적인 물갈이를 통해 부산영화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며 "사무국 직원이 포함된 비대위를 꾸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과 부산시의 사과 및 보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다이빙 벨' 상영을 강행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이후 업무상 횡령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2심에서 벌금 500만원 형을 받았으며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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