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립유치원 이달 2차례 집단휴업 예고…맞벌이 가정 '비상'

입력 2017-09-03 08:33  

전국 사립유치원 이달 2차례 집단휴업 예고…맞벌이 가정 '비상'

18일 이어 25∼29일 장기 휴업…"4천100곳 중 90% 참여"

재정지원 강화·국공립 확대 정책 폐기 요구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전국 사립유치원들이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와 휴업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사립유치원들은 오는 18일에 이어 추석 전주인 25∼29일 두 차례 휴업할 계획이어서 유치원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사립유치원들은 재정지원 확대와 국공립유치원 증설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18일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립유치원들은 "모든 어린이는 공립과 사립을 떠나 평등한 정부 지원을 받으며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은 국공립의 3분의 1수준에 그쳐 심한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공립유치원에는 원아 1인당 한 달에 98만원이 지원되는 데 비해 사립유치원에는 29만원(방과후과정 7만원 포함)만 지원된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업계는 현재 25% 수준인 국공립유치원 비율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정부의 유아교육 정책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사립유치원의 대다수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사립유치원들은 1차 휴업 이후에도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25∼29일까지 5일간 2차 휴업을 하기로 했다.

2차 휴업은 기간이 길 뿐 아니라 10월 3∼9일 추석 연휴로 이어져 실제 휴업이 이뤄지면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보육대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번 휴업에는 전국 사립유치원 4천100여곳 가운데 90%가량이 참여할 것이라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밝혔다.

사립유치원들은 휴업에 앞서 오는 11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도 연다.

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은 각 가정에 가정통신문을 보내 휴업 사실을 알리고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단 하루만 휴업해도 문제지만 2차 휴업까지 할 경우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휴가를 낼 수도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터넷 육아카페 등에는 휴업 소식에 애태우는 워킹맘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아이디 'hyun****'을 쓰는 한 학부모는 "갑자기 일주일 휴업을 통보해버리면 워킹맘은 어쩌란 말이냐"며 "아이를 위한 일이라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원아와 학부모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필명 '오렌지')는 "하루 정도야 그러려니 하지만 2차 휴업은 너무하다 싶다"고 했고, '쩡줌마'는 "애들 가지고 장난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반발했다.

휴업 소식에 국공립유치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필명 '예남매'를 쓰는 학부모는 "지금처럼 지원할 거 같으면 국공립을 늘리는 게 나을 거 같다. 사립도 당첨이 돼야 겨우 보내는데 동네 사립유치원도 비용이 비싸다"고 말했다.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있는 가정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5살 유치원생 엄마 김모(37·서울 송파구)씨는 휴업 때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기로 했다. 김 씨는 "한두 시간도 아니고 종일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건 엄청난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사업을 하는 박모(50·경기도 성남)씨는 "아내가 출근을 안 하고 아이를 보기로 했다"며 "회사 일에 차질이 있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과 함께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사립유치원들이 실제로 단체행동에 들어갈 경우 학습권 침해 행위로 간주하고 엄정 대처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이 자율휴원을 하려면 운영위원회 등을 거쳐 결정한 뒤 관할청에 보고해야 하고 임시 휴업도 긴급재난 등 때만 가능하다"며 "휴업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에 관해서는 "지원 단가 인상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전체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후순위로 밀렸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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