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한 25년의 시간여행…주경기장 3만5천 팬 환호

입력 2017-09-02 23:38   수정 2017-09-0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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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한 25년의 시간여행…주경기장 3만5천 팬 환호

'난 알아요'부터 9집곡까지 망라…방탄소년단과 서태지와아이들 재현

서태지 "회춘한 기분…250년 뒤에도 기억될 공연"…보컬 묻힌 음향 옥에 티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시공을 뛰어넘는 음악의 힘은 미스터리하다. 우리의 세포 어딘가에 박혀 다시 그 음악이 흐르면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는 마력이 있다.

1990년대 '문화 대통령'으로 군림한 서태지(45)가 25년을 함께 한 팬들을 '블랙홀'로 빠트려 '시간 여행'을 했다. 이들이 함께 탄 타임머신은 바로 전주 한 소절에도 뭉클한 그의 실험적인 음악이었다.

2일 오후 7시20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롯데카드 무브: 사운드트랙 볼륨.2 서태지 25'에는 그의 데뷔 25주년을 축하하고자 3만5천명의 팬들이 모여들었다. 그의 공연은 2015년 '콰이어트 나이트' 전국투어 이후 2년 만으로, 이번엔 앨범에 수록된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해 올드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공연장에는 '경축 문화 대통령 25주년', '25년이면 아는 오빠 될 줄 알았다', '담이(서태지 딸 이름이 정담) 아빠 하고픈 거 다해', '서태지 25주년 이거 실화냐', '정권 바뀌었다. 앨범 내자' 등 팬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즐비했다.

서태지는 이날 1992년 3월 발표한 서태지와아이들의 1집 타이틀곡 '난 알아요' 부터 2014년 10월 발표한 서태지 9집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까지 시간대별로 28곡을 아우르며 자신의 음악사를 집대성했다.

1995년 4집까지 내고서 1996년 1월 해체한 서태지와아이들 시절을 함께 재현한 것은 지금의 '대세 그룹' 방탄소년단이었다.

한 달간 서태지와 연습한 방탄소년단은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이 밤이 깊어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 '너에게', '교실이데아', '컴백홈' 등 8곡을 함께 꾸미며 객석의 함성을 이끌었다. '너에게' 때 함께 오른 진과 지민, '하여가' 무대를 함께 꾸민 정국과 뷔는 서태지와아이들의 이주노, 양현석의 자리를 대신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무대를 누빈 '교실이데아'에선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컴백홈' 때는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후렴구의 떼창이 이어졌다. 지민은 "형님, 여기 오늘 대박인 것 같아요"라며 신나 하기도 했다.

서태지는 "정말 보고 싶었다. 이 시간을 기다렸다. 여러분 덕분에 25주년을 맞이하게 됐다"며 "음악의 힘이 대단한데 음악 하나로 여기 서 있는 것도 신기하고 음악만으로 그때로 돌아가는 것도 신기하고 미스터리하다"고 감회에 젖었다.

'필승'에 앞서 1995년 서태지와아이들의 게릴라 공연 당시 영상이 흐르자 서태지는 "트럭을 타고 게릴라 공연을 할 때 팬들을 걱정한 기억이 난다"며 '필승'이라고 크게 외친 뒤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서태지와아이들 시절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굿바이'였다.

그는 "회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며 "4집을 끝으로 이별을 고하는 순간이 왔다. 감히 아직 한 번도 여러분 앞에서 부르지 못한 노래인데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제 마음을 전한다"고 '굿바이'를 선사했다. LED에서는 당시의 영상이 흘러나왔고, 객석에서는 팬들이 일제히 든 휴대전화 불빛이 물결을 이뤘다.

댄스와 힙합, 록을 아우른 서태지와아이들 시절의 명곡들이 지나간 뒤, 록밴드 시나위 출신답게 록에 천착한 서태지의 솔로 시대가 펼쳐졌다. 서태지는 3D 입체 스크린을 통해 마치 우주공간으로 빠져드는 듯한 추상적인 영상으로 음악 분기점을 구분했다.

'테이크 원'을 시작으로 '테이크 투', '울트라맨이야', '탱크', '오렌지', '인터넷 전쟁' 등 록 메들리가 펼쳐지자 마치 록 페스티벌을 연상시키듯 관객들은 손을 들고 뛰어올랐다. 서태지가 머리를 흔들며 로커로 변신하자 서태지 밴드가 만들어내는 파워풀한 연주 속에 불기둥이 치솟고 폭죽이 터졌다.

후반부에선 2008년 서태지 심포니 공연을 재현해 3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틱탁'과 '모아이', '소격동' 등 8집과 9집 곡들을 선보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란 자막과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모습이 영상에 스쳐 지나간 뒤 거대 권력의 횡포를 경고한 '틱탁'을 선사해 눈길을 끌었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시대유감'과 '10월 4일', '난 알아요'의 심포니 버전, '우리들만의 추억'을 선사했다.

그는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이번 공연에서 25년을 눌러 담았다. 25년 동안 주신 사랑 잊지 않겠다. 오늘 공연은 250년 뒤에도 기억될 것 같다. 30주년에 또 만나자"고 인사했다.

이날 공연은 세월을 거스른 명곡과 화려한 영상, 물량이 대거 투입된 특수 효과가 압권인 반면, 공연 내내 보컬이 뭉개진 음향은 옥에 티였다.

서태지가 평소 공연에서 보컬보다 밴드 연주의 볼륨을 높이는 경향이 있지만 이날 공연에선 서태지의 보컬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묻혀 음향의 밸런스에는 허점을 드러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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