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휴일인 3일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이 북중접경인 중국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일대도 강하게 흔들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9분께(현지시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규모 5.7도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북중접경에서 10㎞ 떨어진 연변자치주 주도인 옌지(延吉)에서도 뚜렷하게 지진의 진동이 느껴졌다.
옌지 시민 진(金)모(41·여)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휴일이라서 외출을 않고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아파트 전체가 흔들렸다"며 "진동이 수초간 지속돼 큰 사고로 이어지는게 아닌지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회사원 민(閔)모 씨(25)도 "가족과 일찍 점심을 먹고 나들이 가려는데 두차례나 집이 흔들리는 느낌이 왔다"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충격을 받아 청심환을 드셨고 어린 조카도 크게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옌지에 거주하는 잔(瞻)모(52) 씨는 "조선(북한)이 정권수립기념일인 오는 9일 다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를 듣고 걱정했다"며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도 지진을 느낄 수 있었고 생명에 위험을 느끼는 공포를 주는 조선에 대해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는 북중접경에서 100㎞ 정도 떨어져 있어 지린성 옌지나 허룽(和龍), 룽징(龍井) 등에서 쉽게 지진을 감지할 수 있다.
작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을 때 옌지시의 각급 학교가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중국 환경 당국은 방사능 피해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지난 2일 옌지에서 개막한 '조선족문화관광절' 참석차 현지를 찾은 한국인 이모(45) 씨는 "아들과 함께 축제 행사장인 부르하퉁하 강변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땅에 엎드려 진동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몇 초가 매우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풍계리와 상대적으로 인접한 북중접경과는 달리 400㎞ 이상 떨어진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이나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북중교역 최대거점 단둥(丹東)에서는 진동이 감지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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