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이 공들여 준비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개막일인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위신에 또다시 흠집을 냈다.
북한은 중국이 안방에서 중요한 국제 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마치 시진핑 지도부에게 보란 듯이 탄도 미사일 또는 핵실험을 감행하며 중국의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쯤 되면 중국의 주요 행사에 몽니를 부리는 게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 달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둔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국제 지도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3일부터 5일까지 샤먼(廈門)에서 대대적으로 브릭스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두 달 넘게 대치해온 인도와 국경 분쟁에서 한발 양보하면서까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방중을 성사시키는 등 성공적인 회의에 전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이날 오후 시진핑 주석의 개막연설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북한에서 핵실험 비보가 날라오면서 중국을 당황하게 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그동안 중국의 주요 행사 때마다 북한이 미사일 등을 쏘아 올리며 도발을 감행해와 이번 브릭스 회의를 앞두고도 북한이 또 미사일 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면서 "북한은 이번에도 시진핑 주석에게 보란 듯이 자신들만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제재에 동참하며 압박에 나선 중국에 강한 불만을 거듭 표시함과 동시에 전 세계의 이목을 최대한 끌려는 이중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9월 항저우(杭州)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창일 때 동해 상으로 미사일 3발을 쏘면서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시 주석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종료된 직후 이뤄져 G20 회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는 평이 많았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당국이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에 탄도 미사일을 쏘며 재를 뿌린데 이어 폐막일에도 몽니를 부렸다.
북한은 이 포럼 개막식이 열린 날에 중국에 보란 듯이 탄도 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다. 이어 폐막식을 몇 시간 앞두고는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지재룡 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을 겨냥한 듯 "누가 뭐라 해도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특히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내달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을 굳건히 하는 당 대회를 바로 앞두고 열리는 국제 행사라 중요성이 매우 컸다.
중국 당국은 브릭스 정상회의를 통해 발전한 중국의 위상과 시 주석의 지도력을 과시하려고 했는데 북한의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이번 도발로 상당 부분 빛이 바래게 됐다.
다른 소식통은 "개도국의 맏형으로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 제대로 위세를 보이고 이런 분위기를 당대회까지 이어가려고 했는데 이번 도발로 북한도 제대로 관리 못 하는데 중국이 무슨 대국이냐는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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