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두산 베어스의 좌완 투수 장원준(32)은 팀이 2-1로 앞선 4회 초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 라이온즈의 이현동에게 내준 중전 안타를 제외하고는 장원준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강한울의 번트 안타는 코스가 절묘했고, 권정웅의 보내기 번트 때는 장원준이 공을 잡아 3루에 송구했지만, 세이프가 선언됐다.
3루수 최주환이 1루에 공을 던졌지만 이미 권정웅은 베이스를 지난 뒤였다.
장원준은 무사 만루의 기회에 몰리고도 허탈한 웃음을 살짝 지어 보였을 뿐 동요하는 기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두산 내야진은 한술 더 떴다.
김성훈의 빠른 땅볼 타구를 잡은 2루수 오재원은 병살 대신 홈 승부를 선택했다.
3루 주자 이현동을 아웃시켰지만, 1사 만루의 위기는 계속됐다.
보통 무사 만루에서는 줄 점수는 주더라도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것이 정석이다.
대부분 내야수라면 4(2루수)-6(유격수)-3(1루수)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택했겠지만, 오재원은 달랐다.
그만큼 장원준에 대한 믿음이 두텁다는 증거로도 보였다.
장원준은 이러한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김헌곤을 내야 뜬공, 구자욱을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고 실점 없이 무사 만루를 종결시켰다.
두산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장원준의 5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7-1로 승리했다.
장원준은 6회 초 김명신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투구 수는 98개에 불과했지만, 화요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공 117개를 던진 만큼 두산 벤치는 일찍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펜진이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 덕분에 장원준은 시즌 12승(7패)째를 수확했다.
사실 장원준은 이날 3회 초에도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리는 등 5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을 내줬다. 전반적인 구위는 100%가 아니었다.
하지만 KBO 리그 역대 3번째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내공은 어디 가지 않았다.
장원준은 '장꾸역'이라는 별명처럼 안 좋은 상황에서도 꾸준함을 잃지 않는 투수다.
장원준은 이날도 두 차례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고비 때마다 필살기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투구를 했고, 팀의 4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2위 두산은 이날 승리로 1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를 4.5경기로 좁히며 선두 탈환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두산은 이번 주에 2승 4패를 거뒀는데, 2승 모두 장원준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나왔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