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장착 주장엔 "아직은 어려울 것"…베넷 "北 핵융합 이뤄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이해아 특파원 =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은 3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대체로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북한의 수소폭탄 기술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번에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고성능의 수소폭탄을 갖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데 대부분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일부는 북한의 수소폭탄 성공 주장이 '대외용'으로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또 수폭 실험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운반하는 기술을 완성할 때까지는 여전히 난관이 많이 남은 것으로 분석했다.
◇"北, 완전한 핵보유국 향해 가는 중" =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여러 가지 과거 사례와 근거를 들어 북한이 이번 실험으로 수소폭탄 폭발 기술을 웬만큼 입증한 것으로 평가했다.
베넷 연구원은 지난 2015년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처음으로 수소폭탄 실험 성공을 선언하고 지난해 1월 두 번째 수폭 실험 주장을 했을 때만 해도 폭발의 규모가 작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세 번째 수소폭탄 실험 주장 때에도 폭발 규모가 커지긴 했으나 여전히 수소폭탄으로 보기에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분석에 따르면 이번 핵실험의 경우 폭발력이 직전 실험보다 4~5배 정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이 핵무기는 실제로 핵융합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이 핵무기를 ICBM으로 운반될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 해군연구소의 켄 가우스 박사도 "이번 실험은 과거보다 확실히 규모가 컸다"면서 "이는 수소폭탄 실험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수석 연구원은 ICBM에 장착 가능한 수소폭탄 실험 성공 여부에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번에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더라도 우리 모두 북한이 성공할 것이라는 점은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 연구원은 "북한의 주장은 과장돼 인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했는지 확실치 않고, 실전용 ICBM을 갖기까지는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와 협상 균형있게 조화해야" = 전문가들은 만약 북한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해법에 대해 일제히 "제재 일변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가우스 박사는 "결국 미국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 문제를 풀기 원한다면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압박과 개입을 균형 있게 조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미뤄두고 북한 정권에 각종 유인책을 쓰면서 핵 동결부터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롬버그 연구원도 "제재로만은 효과가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면서 "이번 핵실험이 중국의 태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이 북핵 프로그램을 멈춰 세우려면 김정은이 자신의 나쁜 행동 때문에 정권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면서 "이는 김정은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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