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으로 대응 일원화하기로…중국·미국서 2차 지진 감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곧이어 갱도 붕괴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추가 지진이 발생했지만 기상청은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2차 지진 발생을 인지했지만 '업무 일원화'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했다.
4일 지질연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38분 32초께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
6차 핵실험으로 규모 5.7의 인공지진이 발생한 지 30분이 지난 뒤다.
지질연은 국외와 국내 관측소 4곳의 지진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 진폭을 계산, 규모 4.1의 추가 지진이 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진파가 미약해 노이즈에 묻혀있는 자료에 대한 정밀분석을 통해 관측이 가능했다"면서 "에너지가 적기 때문에 뚜렷한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파형의 변화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 7월 관련 법령에 따라 기상청으로부터 지질연의 자체 지진 분석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는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관계기관의 분석 차이로 인한 혼돈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창구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1차(2006년 10월 9일 오전 10시 35분) 핵실험 때는 인공지진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지질연이 주관해 발표했었다.
지난 2∼5차 핵실험 때도 지질연에서 기상청의 공식 발표가 이뤄진 이후 지진 파형 분석 결과와 핵실험 규모를 추정한 내용 등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는 기상청이 인공지진과 자연지진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통합해 내놓기로 하면서 공개가 차단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정보공개 차원에서 후퇴한 조치라는 지적이나온다.
중국 지진국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공지진이 발생한 지 8분이 지난 뒤 추가 지진이 일어났다고 발표하면서 갱도 일부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은 "우리나라에서는 분석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질연 관계자는 "정밀분석 결과를 정부기관에 보고하고 기상청에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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